팬데믹 이후에 데뷔한 ‘포스트 코로나19’ K팝 아이돌이 벌써 미국 공연에 나설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DKB와 GHOST9 외에도 CIX, 더보이즈, (여자)아이들, 브레이브걸스, 골든차일드 등 7개 팀이 올해 첫 미국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진출 첫걸음으로 일본·중국·동남아와 같은 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유럽부터 노리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덕에 미국 진출 기회 얻어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몇 년 전만 해도 K팝은 서구권에서 마이너(비주류)한 음악 장르로 소비되었는데, 팬데믹 기간에 K팝을 소비하는 지역과 팬덤이 확대되었고, 이 후로 한국 아티스트의 북미 진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 음반 수출 국가의 비아시아권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음반 해외 판매량의 미국 비중은 2017년 5.3%에서 지난해 17.2%로 3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수출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125%에 달한다.
BTS가 포문 연 미국 음반 시장
아직 BTS 정도에는 못 미치지만, 5년 차 이상인 다른 K팝 아이돌의 미국 공연 규모도 차츰 확대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트와이스는 미국에서 회당 1만명 규모의 투어가 전부였지만, 올해 회당 2만명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스트레이키즈와 세븐틴의 경우 몇천명 단위 홀에서 공연했는데, 이제는 1만~2만명 규모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국내 음원 차트보다 중요해진 빌보드
업계 관계자들은 ‘한류’라는 단어 자체는 K팝의 중국 진출에서 시작됐지만, 더이상 중국·동남아 시장을 목표로 하는 아이돌 그룹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접근성, 문화적 동질성 때문에 아시아권 국가가 K팝 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졌지만, 수익성이 가장 좋은 미국 진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PwC)에 따르 면, 미국 공연 음악 시장 규모는 글로벌 1위로 108억8500만달러 수준이다. 이는 2위인 일본(29억700만달러)의 3.7배, 19위인 중국(2억5800만달러)의 42배 수준이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JYP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고 돌아올 때만 해도 K팝의 서구권 국가 진출은 불가능한 꿈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누가 돈 안 되는 동남아, 규제가 복잡한 중국에 가느냐고 할 정도로 시장의 판도가 180도 변했다”며 “지금 K팝업계 최대 관심사는 누가 ‘넥스트 BTS’를 만드느냐 일 정도로 모든 관심사는 미국 성과에 쏠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