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3선 교육감
“조희연은 싫은데 누구 뽑아야 돼?”
보수 지지가 늘 많았어도 당선은 진보
2018년에도 비슷했다. 조 교육감은 46.59% 득표했지만, 박선영·조영달 두 후보가 얻은 표가 더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 교육감은 겨우 38.1% 득표로 승리했다.
투표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다수 서울 시민은 항상 보수 교육감을 원했지만, 후보 분열로 12년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2014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2년 학창시절을 ‘조희연 체제’에서 보내는 셈이다.
'진보·혁신' 대신 '공존' 내세운 조희연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좀 달랐다. 그의 선거공보물에 ‘진보’란 말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건 ‘혁신’이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늘상 혁신교육, 혁신학교를 부르짖은 진보 교육감이 진보와 혁신이라는 두개의 커다란 줄기를 잘라낸 것처럼 보였다. 대신 “교육엔 좌우가 없습니다”라며 ‘공존의 교육’을 강조했다. 공약에는 학습과 학력이 담겼다.
이런 변화는 정권 교체와 맞물려 진보가 불리한 이번 지방선거 구도에서 살 길을 찾은 조희연의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3선에 성공한 그가 이 공보물에서 보여준 출사표를 믿고 싶다. 진보의 부름에 응하고 특정 세력이 요구하는 혁신이 아니라 조희연이 싫다는 사람들의 요구까지 받아들이는 공존의 교육을.
3선 '조희연들'이 해내야 할 공존의 교육
이것은 조희연 뿐 아니라 3선 교육감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대전 학생에겐 설동호 교육감, 세종 학생에겐 최교진 교육감, 경남 학생에겐 박종훈 교육감, 충남 학생에겐 김지철 교육감이 곧 ‘조희연’이다.
12년간 서울 학생들에겐 대통령도 바뀌고, 교육부 장관, 학교, 교장선생님은 더 자주 바뀌었다. 그런데 바뀌지 않는 건 그들의 교육감, 조희연 뿐이다. 이 학생들이 이끌어나갈 미래에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조희연’일지도 모른다. 교육감으로서 마지막 4년, 3선에 성공한 ‘조희연’들의 어깨가 좀더 무겁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