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치명적 실수...블랙홀 사진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2.06.03 18:00

수정 2022.06.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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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리 은하에 있는 블랙홀 궁수자리 A*를 찍은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암흑의 공간을 오렌지색 빛이 감싸고 있는 찬란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5월 12일 워싱턴 기자회견장에서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사진 AFP=연합뉴스

 
이 사진과 비슷한 걸 본 적 있는 것 같다구요? 오, 기억하시는군요. 2019년 4월, 지구에서 5480만 광년 떨어진 M87*라는 블랙홀의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었죠. 그게 인류가 최초로 사진에 담은 블랙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엔 ‘우리 은하’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한 것이고요. 
 

인류가 최초로 찍은 블랙홀인 처녀자리 M87*.

 
‘엥? 그렇다면 예전부터 내가 봤던 블랙홀 이미지와 영상은 뭐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죠. 지금까지 모든 블랙홀 이미지와 사진은 우리가 상상해서 만들었던 가상도였습니다. 그래서 가상의 그림은 화려하기 그지 없는데, 실체를 보니 실망스럽다는 분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사진 안에는 무궁무진한 뒷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인류가 낳은 최고 천재의 실수와 괴상한 관측들, 그리고 사상 최대 과학 프로젝트가 범벅된 끝에 이루어낸 성과죠. 이 사진 한 장이 공개되자, 전세계 과학자들이 탄성을 지르고 감격에 겨워했던 이유죠.


 
이야기의 시작은 아인슈타인입니다. 그의 위대한 업적과 치명적 오해에서 시작합니다.

 

신화적 존재, 블랙홀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에도 블랙홀이 있지 않을까 하고 예견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눈으로 볼 수가 없으니 금방 잊혀졌지만요. 논리는 훌륭했습니다.

 
세상 모든 물질은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속도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나가려면 로켓은 시속 약 40000㎞라는 엄청난 속도로 쏘아올려야 하죠.

 
그런데 만약 별의 중력이 엄청나게 커서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니 완전히 깜깜한 별로 존재하겠죠. 존 미첼이라는 18세기 과학자는 이런 별을 ‘다크 스타(dark star)’라고 불렀습니다. 당대의 과학자들은 계산 속에서나 존재하는 별이라고 생각하며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죠.

 

현대물리학 최고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블랙홀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블랙홀은 실체 이전에 ‘개념’이 먼저 등장했습니다. 보통 관측으로 별의 존재를 확인한 뒤 연구에 착수하는 게 통례인지라, 매우 희귀한 경우죠. 이 낯선 개념의 별을 다시 역사 위로 불러낸 건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두 번의 흑역사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양자역학을 부정한 것이죠.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확률론의 영역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전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는 인간의 두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분야죠. 전자의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단지 확률로만 나타납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신은 그런 확률적 도박 따위는 하지 않는다면서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양자역학을 부정한 건 잘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이나 아인슈타인이 철저히 배제한 개념이 바로 블랙홀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콧방귀를 뀌었죠.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까지 무시했던 블랙홀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시공간의 뒤틀림을 묘사하는 장방정식을 내놓습니다. 중력이 크게 작용할수록 공간이 일그러져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거죠. 그런데 이 방정식은 너무나 복잡해서 아인슈타인도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수학 실력은 천재치고는 그리 뛰어나지 못했거든요. 데이비드 힐버트라는 수학자는 당시 “길거리에서 노는 애들이 아인슈타인보다 4차원 기하학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못 푼 이 방정식엔 ‘우주의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안 돼 한 군인이 풀이를 내놓습니다. 1차 세계대전 독일군으로 참전한 포병장교 슈바르츠실트였습니다. 일단 슈바르츠실트는 회전하지 않고 완벽한 구모양을 한 별에 대해 방정식을 풀어봤습니다. 회전하거나 복잡한 모양으로 생긴 별의 계산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일단 단순한 모양의 풀이부터 시작한 거죠(회전하는 별에 대한 풀이는 50년이 더 지나서 등장합니다).

 
이 풀이는 말도 안 되는 별의 존재를 암시했습니다. 바로 블랙홀이었습니다. 별이 중력에 의해 쪼그라들어 어떤 한계 지점에 도달하면 빛도 탈출하지 못하는 특이점이 생긴다는 거였죠. 슈바르츠실트의 풀이는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지구를 압축해서 지름 1.8㎝보다 작아지면 블랙홀이 됩니다. 5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크기죠.

 

블랙홀은 신비한 천체다. 인간의 상상으로 처음 등장했는데, 이후 존재가 드러난 블랙홀같은 사례는 과학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사진은 은하의 엄청나게 밝은 천체인 퀘이사. 가운데 초대질량블랙홀이 물질을 강력하게 빨아들이면서 주위에 자기장과 부착원반을 형성하고 우주 공간으로 엄청나게 강력한 빛을 뿜어낸다.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

 
이렇게 인류가 상상에서 지웠던 블랙홀은 다시 세상에 풀려나왔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블랙홀을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블랙홀에 대한 얘기가 과학계를 계속 떠돌자 1939년 블랙홀은 불가능하다는 논문을 직접 써냈죠. 그 어떤 별도 특정 한계선에 다다를 정도로 압축되면 줄어들기를 멈춘다는 거였죠.

 
하지만 후대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이 논문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평가합니다. 중력이 별 자체를 파괴할 정도로 압축될 가능성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모른 체했거든요. 아인슈타인의 사고는 블랙홀을 발생 직전 상태에 딱 멈춰세운 거죠. 그래서 아인슈타인같은 천재가 어떻게 사고에 한계를 두고 결론을 내려버렸는지 놀라워하는 과학자도 많다고 하죠. 과학사를 전공한 물리학자 베르너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블랙홀과 대륙 이동설은 비슷하다. 이런 개념이 비합리적이라는 심리적 저항 때문에 반 세기 동안 진보가 멈췄다”고 했죠. 아무리 똑똑해도 “절대 이런 일은 불가능해!”라는 생각은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블랙홀의 외침 “나 여기 있소!”

아인슈타인의 존재감은 과학계에 엄청났기 때문에 블랙홀의 존재는 오랜 기간 부정당합니다. 하지만 블랙홀은 인간의 머리 속이 아닌 실제 관측을 통해서 인류에게 계속해서 “나 여기 있다니까!”하는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그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선 이제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의 논쟁과 협업이 필요했죠. 천재의 시대가 가고 집단 지성의 시대가 열린 거죠.

 
블랙홀이 보내온 첫번째 메시지는 1932년 벨 전화실험실에서 잡힙니다. 미국 뉴저지의 작은 시골 마을 홈델에 있는 벨 전화실험실에 근무하던 신입사원 칼 잰스키는 전화에 끼어드는 잡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에 빠졌습니다. 국제 전화에 계속해서 끼어드는 잡음을 없애야 하는 미션을 받은 거죠. 안테나를 꼼꼼히 설치해 조사해보니 잡음 대부분은 천둥의 전파 방해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주 맑은 날에도 희미한 잡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잡음이 발생한 방향을 추적해 보니 우리 은하의 중심을 향하고 있었죠. 은하의 중심에 숨은 뭔가가 지구까지 강력한 전파를 쏜 겁니다.

 

칼 잰스키는 우리 은하 중심에서 전달되는 잡음을 처음 포착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게 블랙홀인지.

 
그게 블랙홀이라는 건 당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사실 그 잡음에는 거의 아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시대가 지나고 나니 핵무기의 시대가 열렸고 그렇게 블랙홀이라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까마득히 잊혀져 갔습니다. 하지만 1957년 소련이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리고 1961년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유리 가가린을 배출하면서 우주 경쟁의 시대가 열립니다. 우주 시대가 열리면서 천체 관측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우주 곳곳에서 말도 안 되게 빛나는 별들이 관측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주 중심의 잡음에 대한 관심도 다시 생겨났습니다. 과학자들은 관측과 계산을 거쳐 우주 중심의 무언가가 매우 질량이 큰데 매우 작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웬만한 별이라면 질량이 크면 크기도 커야 하거든요. 블랙홀이 아니라면 설명될 수 없었죠.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라인하르트 겐첼과 미국 UCLA의 앤드리아 게즈는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우리 은하 중심을 20년 동안 꼬박 관측했습니다. 2008년 주위의 별 움직임을 계산해서 우리 은하의 가운데에 박혀 있는 것이 초대질량블랙홀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성과로 블랙홀 연구의 권위자이자 스티븐 호킹의 스승 로저 펜로스와 함께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죠.

 

역사상 최대 과학 프로젝트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2010년대에 접어들자 세계 과학자들은 이전까지 없던 규모의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동원해서 블랙홀을 관측하는 일입니다. 블랙홀을 ‘상상’하던 것에서 ‘관측’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간 겁니다.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다면 블랙홀을 둘러싼 무수한 미스터리와 논쟁을 하나씩 해결할 수도 있겠죠.

 
블랙홀 관측은 쉽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죠. M87* 블랙홀은 태양의 60억배가 넘는 질량이라 매우 무겁고 매우 크지만 지구로부터 5480만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2만7000광년 떨어져 있어 가깝지만, 태양의 400만배 정도 되는 질량이어서 M87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가볍고 작습니다. 가깝다고 해도 빛이 도달하려면 2만7000년이 걸립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죠.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선 지구만한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매우 정밀하게 동기화시켜 지구 크기의 망원경 하나처럼 기능하게 했다. 수소원자시계를 활용해 각각의 망원경의 시간을 수십억분의 1초까지 맞췄다. 사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이 정도 멀리 떨어진 블랙홀을 포착하려면 망원경 지름이 지구만한 크기여야 합니다. 보통 망원경은 지름이 클수록 빛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어서 먼 거리에 있는 물체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세계 과학자들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망원경’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지구 전역에 있는 전파망원경 11개와 300명의 과학자, 그리고 약 700억원의 돈이 투입됐죠. 인류 역사상 이런 규모의 프로젝트는 없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블랙홀 연구를 포함해 현대 과학의 연구는 매우 정밀한 분석과 연구 관측이 필요하다. 엄청난 재원과 정밀한 장비가 동원돼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한두명의 천재 연구자가 아니라 수많은 우수한 연구자와 기술진이 협력해야 한다. 현대 과학의 위대한 발견을 위해 과학 프로젝트도 글로벌화되기 시작했고, 이번 프로젝트는 그 중 단연 최고봉”이라고 했습니다.

 
목표는 앞서 말한 두 개의 블랙홀, M87*와 궁수자리 A*의 관측이었습니다. 광학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가 우주의 뭔가를 제대로 목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습니다. 블랙홀 관측에 가장 방해가 되는 건,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바로 지구의 수증기죠. 대기 중 질소와 산소 같은 입자의 방해, 공기의 흔들림을 보정하는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지만, 수증기는 아직도 인간의 통제 영역 밖에 있습니다. 구름이 어디에 언제 얼마나 끼는지는 현대과학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합니다. 블랙홀을 관측하는 시대에 일기예보는 자주 틀리는 이유죠. 구름이나 비가 전파망원경을 방해하면 해상도는 크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관측팀은 세계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가동하는 날, 날씨가 맑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맑은 날 관측한다 해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건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을 촬영할 때 생기는 문제인데, 지구와 은하 중심 사이 중간 쯤 되는 곳에 우주 먼지가 잔뜩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걸 ‘간유리’라고 부릅니다. 뿌연 유리처럼 시야를 막기 때문이죠.

 

블랙홀과 지구 사이에 놓인 우주 먼지는 블랙홀 관측의 큰 장애물이었다. 시야를 방해하는 '간유리'처럼 망원경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AI를 활용해 이를 보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픽=권예은 인턴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수학적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앞에 사과가 있다고 해보죠. 그 앞에 뿌연 간유리를 놓습니다. 우리는 사과가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미 봤기 때문에 간유리를 놓아도 그게 사과인지 알죠.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고요. 그래서 간유리가 사과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걸 파악해 알고리듬을 만들면 간유리가 가로막아도 뒤에 놓인 것의 생김새를 알 수 있겠죠.

 
여러 과학자 집단이 이 간유리 해석 방법을 다양하게 고안했습니다. 각각의 결과물은 놀라울 만큼 일치했습니다. 우리와 은하 중심의 블랙홀 사이에 놓인 뿌연 안개를 걷어낸 겁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인류 최초로 두 장의 블랙홀 사진을 얻게 됐습니다.

 
M87*의 사진은 2019년, 그리고 궁수자리 A*의 사진은 지난달 공개됐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따라 인간 머리 속 개념으로만 탄생했던 블랙홀은, 단단한 실체로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상상의 동물이 눈 앞에 섰다고나 할까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과 한계, 동시에 보여준 블랙홀

두 블랙홀 중 큰 녀석은 주변 움직임이 느릿느릿하고, 작은 녀석은 격렬했습니다. 하지만 겉모습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작동 방식은 비슷하단 거죠. 블랙홀은 끝없는 어둠의 상징같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물질과 빛을 빨아들이기에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과 빛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오렌지빛 고리는 바로 블랙홀 주변에 달라붙어 있는 물질의 마찰 때문에 생기는 빛이죠.
 
블랙홀 주변을 감싸는 빛의 고리와 블랙홀의 경계 사이엔 어둠이 드리워집니다.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빛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빛이 닿지 못하고 빨려들어가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를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부르죠.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지름보다 2.5배 정도 더 큽니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넘어가면 블랙홀 안으로 속절없이 빨려들어가는 경계선을 말합니다. 우리가 지평선 너머를 볼 수 없듯 사건의 지평선 너머 블랙홀의 안쪽은 아무도 관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초대질량블랙홀의 실제 이미지가 마침내 포착돼 공개됐다. 세계 주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블랙홀을 관측해온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은 지난 5월 12일 밤 10시(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을 비롯한 6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은하 중앙에서 포착한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은 M87* 블랙홀(왼쪽)과 지난달 관측된 우리은하 중심부에 자리잡은 초대질량블랙홀 궁수자리 A*의 이미지. 인류가 관측한 단 두 개의 블랙홀 이미지다. 연합뉴스

 
오렌지색 빛의 고리 중 더 밝게 보이는 부분은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는 빛의 다발 중 지구를 향하는 부분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은 관측하는 사람에게 가까워지면 더 밝게 보이고, 멀어지는 빛은 더 희미하고 어둡게 보입니다. 이 사진은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정확했다는 걸 증명하고 있죠. 정작 아인슈타인 자신은 블랙홀을 부정했지만요.

 
이 관측으로 까마득한 우주의 변방에 사는 인류가 블랙홀이라는 우주 최대의 미스터리 발치까지 접근했습니다. 블랙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관측하면 우주의 비밀에도 가까워지겠죠. 인간의 집단 지성은 천재 아인슈타인의 실수를 증명해내고 말았습니다. 손봉원 박사는 “블랙홀은 지구에서는 만들 수 없는 초강력 입자가속기의 역할도 해서 물질의 궁극적 성질을 실험하는 훌륭한 실험장이기도 하다. 블랙홀과 주변을 관측하고 현상을 이해하면 또 어떤 놀라운 변화와 혁신이 인류에게 올지 알 수 없다. 호킹 복사를 관측하려다 와이파이를 발명한 것처럼 예상치 못했던 기술적 진보와 의외의 혁신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