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1% 상승했다. 199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다. 지난 4월(7.4%)과 시장 전망치(7.7%)보다도 높다.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4.4% 상승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예견됐다. 프랑스의 5월 물가(잠정치)는 5.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 건 1985년 이후 처음이다. 독일의 5월 CPI도 1년 전보다 7.9% 뛰며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문제는 에너지 가격이다. 지난달 유로존의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39.2% 뛰었다. 독일 통계청은 오일쇼크(1973년 말~74년 초) 이후 최악의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지난달 에너지 가격도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물가에 대한 오판을 시인했다. 옐런은 31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플레 위험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옐런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병목 현상 등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이 경제에 닥쳤다”며 “이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은 지난해 5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고 고질적인 어떤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서도 그는 “추가 충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유가가 여전히 높은 데다 유럽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 등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