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꾼 4125명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도 어김없이 막대한 '선거 쓰레기'를 남길 예정이다. 후보를 알리기 위해 쓰이는 선거용 현수막·공보물 제작에는 국민 세금이 쓰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직후 처치 곤란한 폐기물로 변한다. 한번 쓰고 마는 일회용품과 비슷한 처지다.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환경파괴' 공보물
선거 공보물을 한데 늘어놓으면 여의도 면적의 10배(29㎢)를 채울 수 있다. 10m 길이인 현수막을 한 줄로 이으면 서울부터 도쿄까지 거리(1281㎞)에 달한다. 투표용지와 벽보, 공보물 인쇄에 쓰인 종이량은 1만2853t으로 집계됐다. 30년 된 나무 21만여 그루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보전 비용에는 선거 공보물·명함 등의 인쇄물 제작비, 선거사무소와 길거리 등에 내거는 현수막 제작·게시 비용 등이 포함된다. 득표율 15%를 넘긴 후보에게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현수막과 공보물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애물단지 현수막, 재활용 어려워 난감
특히 플라스틱 합성섬유 성분인 현수막은 '애물단지'다.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나온다. 재활용률이 23.5%(2020년 총선) 수준에 머무르는 데다, 수거하고 소각·매립하는 작업에 지자체 예산이 또 투입된다. 정부는 지난 3월 처음으로 폐 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에 나설 지자체 22곳을 선정했다. 에코백·장바구니·청소용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는 곳이 많지만 선호도가 높지 않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는 사이 선거 현수막 관련 규정은 오히려 완화했다. 별다른 크기 규정도 없어 건물을 가득 덮을 정도의 초대형 현수막이 흔하게 눈에 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현수막이 시청 옆 프레스센터에 크게 내걸리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도 용산 등 도심 건물 곳곳에 펼쳐지는 식이다. 직장인 최모(37)씨는 "출근할 때마다 길거리에 어지럽게 걸린 현수막을 잠깐 보기는 하는데 홍보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종이 공보물, 외면받고 쌓여…"정치권 바뀌어야"
하지만 선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공보물·벽보 재질을 재생용지로 바꾸거나 온라인 공보물을 도입하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지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활동가는 "진정한 순환 경제와 예산 절감을 위해선 정치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