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7% 감소했다.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0.2%, 기업의 설비투자도 7.5% 줄었다. 산업 경기의 세 주요 지표가 모두 하락한 것은 2020년 2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설비투자가 줄어든 것은 지난달로 3개월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특히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특수산업용 기계에 대한 투자가 부진했다”며 “주요 반도체 업체가 추가 설비 증설을 계획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등 수요가 있음에도 장비 부품 조달 문제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SK·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향후 수년간 이뤄지는 투자란 점에서 당장의 경기 상방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앞으로의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해 10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0.3포인트)도 마찬가지로 2개월째 하락했다.
생산과 관련한 지표는 최근 조정을 받는 양상이다. 특히 반도체·식료품 등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3.3%)은 최근 6개월 동안 계속 증가하다 지난달 감소로 전환했다.
반도체 생산(-3.5%)은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로 메모리반도체 등의 수출이 차질을 빚으며 영향을 받았다. 식료품 생산(-5.4%)은 3월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을 찍으면서 확진자와 재택 격리자의 가정 내 식자재 수요가 늘며 함께 증가했는데, 4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서 다시 감소했다.
다만 가정 내 식자재 수요가 줄면서 외식 등 서비스업 생산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11.5%, 예술·스포츠·여가 분야 생산이 25.2% 급증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각국이 통화 긴축 정책을 펴면서 금융시장에도 불안이 나타나는 등 하방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지만, 이번 추경은 경기 부양보다 코로나19 피해 보전의 목적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산업 동향에 대해 “방역 정상화로 반등이 기대되는 내수도 물가 압력 등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어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리스크 확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계부채 관리 강화, 국내외 금융시장 밀착 모니터링과 공급망 안정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