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 국립공원의 특별한 결혼식
박씨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중 7층에서 추락해 한쪽 눈을 잃었다. 광주산악연맹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할만큼 평생을 산과 함께한 그였지만 사고 이후 산을 찾았을 때는 절망을 느꼈다. "무등산은 고향이자 어머니같은 곳이에요. 근데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으니까 등반을 하다가 떨어지기도 했죠."
그런 박씨의 인생은 지난 2015년 장애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강씨를 만나고 달라졌다. 함께 '난타'를 하고 스포츠댄스를 하면서 가까워졌다. "댄스를 하다 보면 스킨십이 이뤄지잖아요(웃음). 그러다 친해지고 산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박씨는 메이크업을 받는 강씨를 보며 “신부가 참 예쁘죠”라고 웃었다. 두 사람은 각자 배우자와 사별한 뒤 만난 재혼 부부다. 재혼이다 보니 혼인신고만 하자고 생각했지만 맹인협회에서 국립공원 결혼식 소식을 알려줬다. 강씨는 "특별한 결혼식을 해준대서 신청했죠. 담담할 줄 알았는데 좀 설레네요"라고 했다.
리본 대신 꽃, 친환경 부케…쓰레기 없는 결혼
국립공원 결혼식은 일회용 예식 용품이 없는 '친환경'으로 진행됐다. 초에 불을 붙이는 화촉 점화 대신 화분에 물을 뿌리는 '플랜트 샤워'를 했다. 정원은 리본 장식 대신 들꽃으로 장식했다. 부케는 손잡이를 한지로 만들었고, 하객 답례품은 친환경 손수건이었다. 부부가 묵을 숙소도 샴푸바, 대나무 칫솔을 준비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좋은 날에 날씨도, 분위기도 좋았다”고 호응했다.
사회적기업, 메이크업 재능기부, 기업 후원까지
재능 기부로 힘을 보탠 17년 차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수진(47)씨는 “국립공원 SNS를 보고 직접 돕겠다고 연락했다”고 했다. 결혼식 비용의 상당 부분은 기업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공단 측은 “기업 도움으로 공단 예산은 20%밖에 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은 박씨 부부의 결혼식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숲속 친환경 결혼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부분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부부다. 소백산 결혼식, 다도해 선상 결혼식 등 이색 결혼식도 준비돼있다. 국립공원의 자원을 활용해 특별한 결혼식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최수현 국립공원공단 탐방정책부 과장은 “이런 결혼식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며 “많은 분들이 국립공원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