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 타율까지 넘어선 타격 1위 삼성 피렐라

중앙일보

입력 2022.05.30 15:1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삼성 라이온즈 피렐라. [연합뉴스]

4할의 벽마저 넘어섰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피렐라가 무서운 기세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피렐라는 지난 29일 잠실 LG전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존재감을 뽐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김윤식의 직구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만든 뒤 0-4로 뒤진 5회엔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투런 홈런(시즌 7호)을 터트렸다. 안타 두 개를 추가한 피렐라는 5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401로 끌어올렸다. 손가락 부상을 입어 잠시 쉬었지만, 타격 페이스는 더 좋아졌다.
 
KBO리그에서 피렐라보다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는 없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는 3.74로 2위 KIA 타이거즈 나성범(2.94), 3위 SSG 랜더스 김광현(2.90)을 훌쩍 뛰어넘었다. 스포츠투아이에서 제공하는 WAR도 역시 1위(3.20)다.
 
피렐라는 이른바 레벨 스윙을 한다.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퍼올리는 파워히터 유형이 아니다. 대신 스윙 스피드가 빨라 장타를 잘 만든다. 전날 경기에서도 피렐라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피렐라가 친 홈런은 발사각이 16.6도에 불과했지만, 총알같이 날아가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낮은 발사각으로 담장을 넘겼다.


뒤에 친 안타 두 개도 스윙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스윗 스폿(sweet spot·가장 힘있게 맞는 지점)에 맞진 않았지만 빠르게 내야를 빠져나가고, 우익수 앞 외야까지 날아갔다.
 
우타자인 피렐라는 스윙 특성상 왼쪽으로 강한 타구를 많이 날린다. 그래서 상대 팀은 수비 위치를 옮기는 시프트를 많이 쓴다. 3루수는 파울라인에 붙고, 유격수와 2루수가 타자 기준 왼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피렐라는 영리하게 이를 파훼한다. 가볍게 우측으로 밀어치는 타구도 쉽게 만들어낸다. 전체 타구 중 31.9%를 우익수 방면으로 보냈다.

29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7호 홈런을 친 뒤 들어오는 피렐라. [뉴스1]

 
자신의 부족한 점을 타격 연습에서도 늘 고민한다.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지난해 개막 전 피렐라의 타격 장면을 보고 한국에서 잘 할 거라고 예감했다. 피렐라의 스윙은 배트 헤드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스윙이 돌아온다. 그런데 연습을 할 땐 (팔을 몸통에 붙여 휘두르는) 인사이드 아웃 스윙을 하더라. 배트 헤드를 끝까지 남기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바뀐 스트라이크 존도 피렐라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 피렐라는 전형적인 배드볼 히터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도 과감하게 방망이를 낸다. 피렐라도 "(넓어진)스트라이크 존 변경은 신경쓰지 않는다. 히팅 존에 들어오면 다 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4할 타율을 기록한 건 프로 원년인 1982년 MBC 청룡 백인천이 유일하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백인천은 한국 선수들과 엄청난 수준 차를 보였고 역대 단일 시즌 최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해태 타이거즈 이종범이 1994년 4할에 도전했지만 0.393으로 마쳤다. 2012년 한화 이글스 김태균(89경기), 2014년 SK 와이번스 이재원(75경기)이 시즌 중반까지 4할을 유지했지만 마지막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피렐라가 속한 삼성은 이제 겨우 49경기를 치렀다. 4할 타율 달성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타격왕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타격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피렐라는 이에 대한 질문을 하자 손가락을 입에 댔다. 그는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된다. 좋은 분위기가 달아난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야구선수들 사이에선 기록에 대한 언급을 하면 좋지 않다는 미신이 있다. 그러면서도 "결과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매 경기 이기자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피렐라는 4할도, 타격왕도 신경쓰지 않는다. 피렐라는 "은퇴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한 타석, 한 타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