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빛난 한국 영화의 힘

중앙일보

입력 2022.05.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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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제75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있다. [뉴스1]

배우 송강호·감독 박찬욱, 남우주연·감독상 수상

일본 감독, 중국 배우도 참여…충무로 외연 확장

한국 영화가 100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이란 경계를 넘어 세계 속 위상을 더욱 굳게 다졌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송강호 배우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안았지만 세계 최고의 예술영화 축제인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남우주연상·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는 처음이다. 우리 영화계의 쾌거다.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의 저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1990년대부터 다양한 주제·장르를 시도해 온 한국 영화가 그간 쏟은 에너지와 열정이 만개한 모양새다. 연기와 연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선언했다. 특히 송강호의 수상이 빛났다. 2006년 ‘괴물’ 이후 일곱 번째 칸영화제에 초청된 그가 드디어 ‘칸의 남자’로 등극했다. 수상작 ‘브로커’에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훔쳐다 파는 캐릭터를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소화했다는 평가다. 칸이 사랑하는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데 이어 세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회성 영광’이 아닌 지난 시간 힘을 축적해 온 한국 영화의 대폭발이다.
 
두 영화는 한국 영화의 부단한 진화를 입증했다. K시네마의 외연 확장, 영역 확대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송강호의 수상작 ‘브로커’는 2018년 황금종려상 수상 경력의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각본을 맡았으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는 ‘색, 계’로 유명한 중국 스타 배우 탕웨이가 주연으로 나왔다. 두 편 모두 우리 자본으로 만든 한국 영화지만 한·중·일 3국 제작진이 참여한 다국적 영화인 셈이다.
 
이번 수상은 K콘텐트의 글로벌 파워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한국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발전 덕분이다. 향후 한국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성이 크다. “196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박찬욱), “(한국 영화의 역동성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문화 콘텐트에 영향을 끼친 것”(송강호)이라는 수상 소감에 해답이 들어 있다.


이번 쾌거를 계기로 만만찮은 숙제도 부각됐다. 역대 칸을 빛냈던 임권택·이창동·박찬욱·봉준호·송강호 등을 잇는 젊은 감독·배우를 계속 배출하는 영화 인프라 구축이 요청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린 우리 영화계의 멋진 재기를 기대한다. 박찬욱·송강호의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