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윤호중 충돌 미뤘더니…'김포공항 폐지' 폭탄 터진 野

중앙일보

입력 2022.05.29 16:14

수정 2022.05.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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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에도 더불어민주당의 내분 사태는 말끔히 수습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2시간에 걸친 긴급 비대위 회의를 통해 ‘86(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그룹’ 용퇴론으로 요약되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안에 대해 “선거 이후에 추진한다”며 임시봉합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진은 계속 됐다.
 

박지현(왼쪽),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성남 분당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병관 후보측은 “박 위원장의 지원유세 일정이 취소됐다”는 공지를 냈다. 배국환 성남시장 후보와 김 후보에 대한 분당 지원 유세는 이날 민주당 선대위가 공지한 박 위원장의 유일한 공개일정이었다.
 
급작스런 일정 취소를 놓고 당내에서 “또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오후 “박 위원장이 오후 성남 지원 유세에 예정대로 참석한다”고 재공지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제시한 5가지 쇄신안을 추후 추진한다는 비대위 결정은 사실 ‘일단 선거는 치르고 보자’는 차원의 임시봉합”이라며 “24일 박 위원장의 돌발 기자회견 이후 일련의 돌발상황이 반복되며 두 공동 비대위원장(윤호중·박지현) 간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져버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도 “언제라도 박 위원장의 돌발 행동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뉴스1

 
전날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논란이 핵심인 86용퇴론에 대해 “별도로 그 얘기는 안 나왔다”고 말해 두 비대위원장들이 핵심 쟁점에 대한 실질적 의견접근을 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당내에선 “본격적인 싸움은 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생환(生還) 여부와 전체 지방선거의 성적표에 따라 8월 전당대회에서 계파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실제로 박 위원장을 발탁ㆍ천거한 이가 이재명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반(反)이재명계에선 “박 위원장이 선거뒤 당의 혁신을 추진할 혁신위원장직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 위원장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박 위원장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익명을 원한 비대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명확히 혁신위원장을 특정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혁신에 기여한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듣는 상황에 따라 충분히 해석이 달라질 여지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박 위원장의 쇄신안이 의심 받는 근본 이유는 초선 강경파와 엉뚱하게 인천에 출마한 이재명 위원장 등 이재명계에 대한 허물은 빼고, 오직 친문(親文)의 핵심인 58그룹만을 겨냥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선거 이후 또다시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계파전을 반복할 경우 민주당은 정말 국민의 외면을 받는 자멸의 길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정책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선거 직전까지 내홍에 빠진 사이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막판 ‘반전 카드’로 내놓은 김포공항 폐지를 비롯한 수도권 서부 개발 공약을 놓고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현장 유세에서 두 후보를 겨냥해 “나라 살림을 쉽게 생각하고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투표 직전에 마구 해댄다”며 “인천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포 지원유세에서 연설하는 이준석 대표 (김포=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9일 경기도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사우역에서 열린 김병수 김포시장 후보 지원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특히 김포공항 폐지 공약에 대해 민주당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낸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콩가루 정체성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선 “(김포공항 폐지) 공약에 대한 무제한 토론 제안에 묵묵부답한다”며 “자신 없으면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도망간 것처럼 (토론에서도) 도망가시라. 도망이 이재명의 키워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