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이상 전신 화상"…에쓰오일 화재 "원인 규명 장기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2.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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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에쓰오일(S-OIL) 울산 온산공장 폭발 화재의 현장 합동감식이 안전상 문제로 연기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26일 울산경찰청과 에쓰오일 등에 따르면 현재 사고 공장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승인 하에 배관을 막는 블라인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1시부터 관계기관 합동 현장감식을 하려 했으나 아황산가스 농도가 높아 감식을 진행하지 못해서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내 아황산가스 농도가 높아 출입이 통제됐다”며 “현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합동감식반 70여 명은 회사 측으로부터 사고 공정 구조와 현장 상황 등을 브리핑 받았다”고 말했다. 합동감식반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울산소방본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환경부, 검찰청, 가스안전공사, 재난안전연구원 등으로 구성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현장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합동감식 재개 일정은 아직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정비를 하고 있는데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는 지난 19일 오후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다쳤다. 당시 오후 8시 51분쯤 굉음과 진동을 동반한 폭발이 발생해 수십m 높이의 불기둥이 치솟기도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 화재로 숨진 근로자의 빈소가 마련된 울산 남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에쓰오일에 따르면 사고는 알킬레이션(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트를 추출하는 공정)에서 발생했다. 이 공정에 사용된 부탄 드럼(소형 탱크) 밸브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폭발사고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가족 등은 에쓰오일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희생자 가족들과 노동당·정의당·진보당 등 울산지역 3개 진보정당 대표들은 26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부상자 가족은 “사고로 50% 이상의 전신 화상을 입어 식사는 물론 고통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상태”라며 “회사 측은 아직도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유가족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회사 차원에서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부산고용노동청은 에쓰오일 사고와 같은 비슷한 사고 방지를 위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석유화학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안전 점검을 시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수소, 에틸렌, 프로판, 부탄 등 인화성 가스 공급 압축기를 보유한 사업장 66곳을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