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은 이자 폭탄…5억 빌린 30대 “2년새 연 528만원 부담 늘어”

중앙일보

입력 2022.05.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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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6)씨는 2020년 초 서울 강서구의 9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3억7000만원을 마련하고 아내와 함께 신용대출로 1억3000만원을 빌렸다.
 
김씨 부부는 2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한숨을 쉬었다. 대출 초기 한 달 97만원(원리금)이었던 이자는 이달 141만원으로 44만원 늘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528만원이 불어났다. 김씨는 “당장은 소비를 줄여서 이자를 내고 있다”며 “살림이 갈수록 빠듯해 자녀 계획은 당분간 미루려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2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4.42~5.8%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연 3.82~5.35%) 상단도 5% 선을 넘어섰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4.73%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3주 이내에 은행권 대출금리가 소폭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한은이 연내 두세 차례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7% 선도 뚫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대출자 1인당 연 이자 부담은 16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추산대로라면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1.25%포인트 오른 데 따른 이자 부담 증가액은 1인당 약 80만5000원이다.
 
가장 큰 문제는 20·30대 영끌족의 가계대출이 질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현황’에 따르면 20대의 2금융권 주담대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8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5조1000억)보다 58.8% 증가했다. 30대도 2금융권에서 같은 기간 33.2% 늘어난 66조6000억원(잔액)을 빌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금융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10%에 육박한다.
 
대출부실에 따른 위험 신호도 켜지고 있다. 20대 다중채무자 수는 지난 3월 37만4800명으로 2년 사이 2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액은 15조5700억원 규모에서 23조2800억원으로 49.5%가 늘었다. 다중채무자는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차주를 의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기 무리하게 빚낸 영끌족이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 등으로 밀려날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