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교통·환경·노동 등 여러 장관직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보른 총리는 취임식에서 특별히 여성의 위상에 대한 언급을 했다. “나의 임명을 소녀들에게 헌정하고 싶습니다. 꿈을 믿으라고, 우리 사회에서 그 어떤 것도 여성들의 지위를 위한 투쟁을 막아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올해 4월 실시된 대선에서는 조짐이 달랐다. 주요 보수와 진보당들이 여성 후보자를 선출했고, 마크롱 대통령과 결선투표까지 붙었던 극우 국민연합의 마린 르 펜 후보도 여성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프랑스 정치권은 아직 남성 위주이자 성차별적이라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비록 정치 지도자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여성들의 ‘유리천장’에 대한 도전은 여전히 역부족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19명의 국무위원 중 여성은 3명뿐이다. 지난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 외신기자로부터 내각의 여성 비율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순간 멈칫했다. 대외적으론 그야말로 요즘 ‘젤 잘 나가’는 나라의 숨기고 싶은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다행인 것은 대통령의 그 후 입장이다. 참모의 설명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였다. 자신의 부족함을 쿨하게 시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능력 있는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기용하는 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