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다주택자 세제 완화 시동
새 정부 양도세 중과 1년 중단에
야당, 종부세 기준 11억으로 상향
저가 소유자만 덕보는 기형 구조
양도세 감면 노린 매물 줄어들듯
합산 6억~11억 다주택자 종부세 면제
김영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5명이 지난 20일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을 합산 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서 1주택자와 같은 11억원 초과로 높이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으로 당이 지방선거 지원사격을 한 셈이다.
개정안은 제안 이유로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조세 불형평성 지적이 제기되고, 고가 1주택자보다 저가 2주택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같은 규모의 자산을 보유했다면 세 부담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 조세 형평성 및 과세의 선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각각 11억원과 6억원의 과세 기준 차이로 합산 공시가격이 6억~11억원인 다주택자가 같은 가격대의 1주택자는 제외되는 종부세를 낸다.
개정안은 이 구간의 다주택자 종부세를 면제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다주택자 25만 명 정도가 종부세를 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정안은 종부세 계산에서 공제금액으로 기존 6억원을 유지하고 있어 합산 공시가격이 11억원을 넘는 다주택자의 종부세가 줄지 않는다.
공제금액과 세율이 그대로이다 보니 개정안 제안 이유와 달리 합산 공시가격이 11억원이 넘으면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같은 공시가격의 세금 격차가 여전하다. 올해 공시가격 20억원 1주택자 종부세가 680만원이고,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공시가격 10억원짜리 두 채를 가진 2주택자 세금이 4배 더 많은 3100만원이다.
개정안이 일부 종부세 과세 인원만 줄일 뿐 과세 대상자의 세 부담은 그대로 두고 있어 '반쪽'이라는 불만이 다주택자 사이에 나오고 있다.
'문턱효과' 낳는 불합리한 과세
개정안의 세금 계산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합산 공시가격이 11억원을 초과하면 과세 대상 금액(과세표준)이 6억원을 공제한 5억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합산 공시가격이 11억원이면 종부세가 '0'이지만 11억원에서 1원이라도 더 많으면 700여만원을 내야 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합산 공시가격이 11억원을 넘으면서 종부세가 '0'에서 700여만원으로 한꺼번에 수직상승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이를 과세 구간 직전에 몰리는 '문턱효과'라고 한다. 합산 공시가격을 11억원 이하로 맞춘 지분 쪼개기 등 편법이 우려된다.
다주택자 종부세 공제금액을 과세 기준과 같은 11억원으로 맞추면 문턱효과를 없앨 수 있고 11억원 초과 다주택자도 공제금액이 5억원 늘어 세금 완화 덕을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새 정부와 여당까지 가세해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종부세 관련 공약이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주택자 중과 폐지다.
종부세가 완화되면 한시적 중과 배제에 따른 다주택자 매물 유도의 기대 효과는 희석될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종부세 중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도세 중과 배제를 이용하려던 다주택자가 종부세 완화에 솔깃해 매도와 보유를 저울질하며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