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는 6000억원 감소했다. 가계신용이 줄어든 건 2013년 1분기(-9000억원) 이후 9년 만이다.
가계대출(1752조7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1조5000억원이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건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처음이다. 가계대출 감소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기타대출(762조9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9조6000억원이 줄었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말(-900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주택담보대출(989조8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8조1000억원 늘었다. 다만 주택거래감소 등으로 전 분기(12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감소했다.
가계대출 감소는 대출금리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정부의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 빚은 그동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없이 줄곧 늘어왔다.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 빚은 그에 맞춰 늘어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증가 속도였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2017년 말 83.8%에서 지난해 말 106.1%까지 올랐다. 코로나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데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암호화페 등에 투자한 ‘빚투’ 열풍이 맞물려서다.
이렇게 불어난 가계대출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높인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가 감당해야 할 이자 비용이 늘어 소비가 줄어드는 데다, 경기 침체 등 외부 충격으로 대출이 부실화할 수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대출자 1인당 이자 부담은 16만1000원씩 늘어난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인상했다. 금융권은 한은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 1.5→1.75%)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가계 부채 감소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줄어들다가 지난 4월 1조2000억원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중 은행이 우대금리를 늘려 대출금리를 내리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결과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