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순서를 정한 이유에 대해 당시 윤 후보는 “왜냐하면 민주당 정권 집권 동안에 너무 친중·친북에 굴종 외교를 하는 가운데 한미·한일 관계가 무너졌다”며 “이걸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대선에 승리했고, 이 발언은 현재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처럼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확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대통령 취임 후 ‘반(反) 문재인’ 성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외교·안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3불(不)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순간 소멸했다”며 “협정이나 협약이 아니므로 윤석열 정부가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미 폐기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이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은 새 정부가 계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당장 대북 정책만 봐도 이전과 달리 강경 기조가 뚜렷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23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두고는 “북한 눈치 보는 굴종 외교는 실패했다는 게 지난 5년간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 정부처럼 북한 눈치를 봐가며 쇼하듯 남북 정상회담을 하진 않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미·중에 대한 외교 방향성도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양쪽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균형 잡기를 시도한 게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였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 전체적으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노선 전환을 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미국 주도 경제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 ‘쿼드’ 가입 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쿼드는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 협의체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굴종 외교’라고 표현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중앙선대위 공보단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윤 대통령에겐 유화적이고 굴종적으로 비쳤다니 그 인식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윤 대통령은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