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인도 포함 13개국으로 넓혔다…바이든 "21세기 경제 새로운 규칙 만들 것" 선언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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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에서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출범 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고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확대하기 위한 미국 주도 경제협력체인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23일 공식 출범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지 5년 만에 아시아 경제 파트너십에 복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둘째 날인 이날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IPEF 출범 행사를 주재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회의장에 나왔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10개국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IPEF 출범에는 미국과 일본, 한국을 비롯한 13개국이 참여했다. 전통적 우방인 호주와 뉴질랜드, 중국을 의식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가 골고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발판을 다시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IPEF 추진 의사를 밝힌 지 7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한 가지 간단한 목적을 위해 여기에 모였다"면서 "21세기 경제의 미래는 주로 인도·태평양 지역, 우리 지역에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태평양은 세계 인구의 절반과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우리는 나라 경제를 더 빠르고 공정하게 성장하도록 도울, 21세기 경제를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예상보다 많은 참가국을 모은 데에 고무됐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가운데 미국이 초대하지 않은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를 제외한 나머지 7개국(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모두 참여했다. 중립을 표방하는 인도까지 설득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성과다.
 
IPEF는 1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보다 규모가 크고, 중국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는 적다.
 
IPEF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아시아 경제 블록을 만들려는 구상이다. ▶글로벌 무역 ▶공급망 회복 ▶청정에너지, 탈 탄소화, 인프라 ▶세금 및 부패방지 4개 기둥(pillar)에서 새로운 국제 규범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분야별 표준이나 규칙을 세우면서 중국의 일방적이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무역·경제 관행을 집중적으로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IPEF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예상보다 큰 규모의 새로운 경제협의체 등장이 예고됐지만, 초기 참가국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당초 구상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있다. 
 
참가국들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IPEF 구축을 위한 과정을 출범한다"는 표현을 썼다. 협정 타결을 목표로 한 협상의 시작이 아니라 앞으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른 시일 내 장관급 회의를 소집해 IPEF 운영 방식과 분야별 의제를 더욱 구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 발전 단계와 관심사가 다른 다양한 구성원 간 협의가 얼마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IPEF는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은 아니다. 기존 무역 협정의 핵심이자 개발도상국의 가장 큰 관심인 관세 인하, 시장 개방 등 시장 접근 분야가 빠졌다. 
 
미국은 노동자 표심을 의식해 시장 접근을 확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협의 과정에서 관세 인하 등 시장 개방 조치를 기대하는 아세안 국가들 의견이 얼마만큼 반영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미국은 반(反) 중국 경제블록이라는 성격 규정에 부담을 느끼는 아세안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만의 참여를 배제했다. 추가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에 추후 합류할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로써는 공급망 회복을 중요 어젠다로 논의하면서 반도체 생산 거점인 대만을 배제한 상황이다.
 
참여국 간 개발 수준 차이가 커 청정에너지와 탈 탄소 등 환경 어젠다에 대한 공감대를 얼마만큼 이룰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IPEF에도 호응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의 CPTPP 복귀를 바라는 점도 바이든 행정부에는 부담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일본은 미국의 CPTPP복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