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안철수는 철새 정치인…판교 개척한 것처럼 거짓말" [밀착마크]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05:00

수정 2022.05.25 09:54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2일 분당구 서현동 한 배드민턴 동호회를 방문해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어이쿠 또 오셨네요.”
 
22일 낮 12시 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동의 작은 사찰 앞 배드민턴 장에서 땀을 흘리던 4050세대들에게 이 지역 국회의원에 세 번째로 도전하는 김병관(49)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꽤나 익숙한 존재였다. 
 
이 곳에 모인 17명의 동호회원에게 일일이 양손을 내밀어 손을 꼭 잡은 김 후보는 “열심히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분당갑 선거인수는 20만 명이 넘지만 김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현 경기지사 후보)에게 1128표(0.72%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김 후보가 기자에게 “한 표 한 표를 모으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번 그의 상대는 총선 때보다 더 거물이다. 지난 3월 대선에서 국민의당 주자였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지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둘의 대결은 벤처기업가(김 후보는 웹젠, 안 후보는 안랩) 출신에 수천억대 자산가 사이의 맞대결이다. 리얼미터·MBN 여론조사(5월 16~17일)에서도 김 후보는 32.1%로 안 후보(60.8%)에 크게 열세를 보이는 등 지표는 기울어져 있지만 “김 후보에게 잃을 게 없는 한판”이란 지역 여론도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병관 민주당 후보(오른쪽)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왼쪽)를 19일 판교역 인근 유세 도중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안 후보는 철새 정치인이다. 원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지키겠다더니 금세 버리고 분당에 왔지 않나”라며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정치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 후보가 분당구 유흥업소인 ‘○○나이트’ 간판이 걸린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열었다고 들었다”며 “웬만하면 피하는 곳인데 얼마나 급하게 왔으면 거길 택했겠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캠프도 대마(大馬)를 잡겠다는 의미로 ‘헌터 캠프’라고 지었다.


안 후보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10여년간 네 번의 당 대표를 한 저와 초선 의원 출신인 김 후보가 어떻게 비교되겠느냐’고 말했다
다당제를 소신으로 가졌던 안 후보의 종착점은 결국 국민의힘이었다. 안 후보는 그 과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데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 아닌가. 국민의힘에 들어간 것이 한 자리를 원해서인지, 아니면 소신을 꺾은 것인지 지금까지도 일언반구가 없다. 안 후보는 한국에서 정치혐오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후안무치하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왼쪽)이 21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구 야탑역을 찾아 김병관 분당갑 보궐선거 후보와 합동 유세 중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영향력이 있는 그가 지역공약을 더 잘 지킬 거라고 보지 않을까
안 후보 공약들을 봤는데 지역에 대한 공부가 덜 돼 있더라. ‘1기 신도시 특별법’ 관련해선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얘기만 잔뜩 했던데, 1기 신도시는 이미 인프라가 다 갖춰진 상태여서 용적률만 올리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 프랑스 에꼴42와 구글캠퍼스 등 혁신학교를 합친 형태의 특수목적고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말이 안 된다. 두 과정은 고등학교 과정이 아니다. 번지르르한 말로 시민들을 속이고 있다.
 
김 후보는 안 후보가 22일 오후 분당갑을 벗어나 인천 계양을로 이동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지원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계양을에 뛰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밤 분당갑을 찾은 것에 안 후보가 광폭 ‘맞불’ 행보를 보이자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김 후보는 “분당갑에 온 지 12일째인 분이 자꾸 자리를 비우는 것을 시민들은 탐탁지 않게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재명 위원장이 나를 이길 자신이 없어 달아났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려면 안 후보 자신이 계양을에 출마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분당갑에서 더 당선되기 쉽다고 본인이 생각했을지 몰라도, 결국은 계양을을 피해서 여기에 온 것 아니겠나.
 
안 후보가 ‘판교가 허허벌판일 때 제가 안랩을 지었다’며 연고를 주장한다
그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11년 9월 안랩 사옥이 준공됐을 때 안랩이 입주한 일반연구용지 28개 필지 중 8개 필지에 다른 벤처기업 사옥들이 이미 들어섰다. 연고를 끼워 맞추기 위해 안 후보가 마치 판교를 개척한 사람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김병관 후보는 2016년 문재인 당시 대표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두 번째로 영입한 인사다. 중앙포토

대선 화두였던 대장동이 분당갑 지역구라는 점은 변수다. 대장동 개발이슈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여파가 겹쳐 지난 대선 당시 성남 분당구에서 이재명 후보는 42.34%로 윤석열 대통령(55.0%)에 크게 뒤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교통과 교육 인프라 확충 등 1기 신도시 전체를 재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대장동 개발은 국민의힘 출신 의원 등이 연관된 문제다. 게다가 이번 보궐선거는 수사관을 뽑는 게 아니라 봉사할 사람을 뽑는 자리다. 유권자들도 공세만 펴는 후보보다 일 잘할 후보를 뽑으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