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수면 위로 드러난 횡령 피해 금액(추정치)이다.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였던 오스템임플란트(2215억)가 액수를 키운 측면이 있지만, 어느 해보다 횡령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115억), 계양전기(246억), 우리은행(614억) 등 올 상반기 기관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횡령 사건이 터졌다.
탱크의 바퀴를 감싸고 돌아가는 ‘무한궤도’처럼, 횡령은 돈을 다루는 직장인이 있는 이상 반복될 수밖에 없는 범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최근처럼 잇따라 사건이 터지는 상황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식·코인 폭등이 횡령 부채질”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3년 동안 주식과 코인이 10배까지 폭등했다. 일확천금의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느낀 상대적 박탈감도 횡령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제 1000만원이 오늘 2000만원이 되는 때가 있었다. 돈을 벌 게 눈에 보였던 것”이라며 “(횡령금으로) 돈을 ‘뻥튀기’하고 원금만 채워놓자는 생각이 과거보다 크게 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언택트로 허술해진 감시…횡령 궤도 강화”
최근 일어난 횡령의 규모는 수억~수천억 원대였지만 기업이나 기관에서 바로 적발되지 않았다. 또 대부분의 피의자가 내부 문서를 허위로 꾸미거나 조작했는데, 이를 알아챈 사람도 없었다. 600억 원대 자금 횡령이 있었던 우리은행의 경우, 6년(2012~2018년)에 걸쳐 거액이 빠져나갔지만 적발된 건 마지막 횡령으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4월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업무가 이뤄지면서 내부 통제가 더 느슨해진 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직과 동료가 CCTV가 돼야”
내부고발 활성화를 대책으로 꼽는 이도 있었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단속 카메라 앞에서 과속하는 차가 적은 건 100% 걸린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모든 곳에 CCTV를 설치할 수 없으니, 주변의 동료들이 CCTV가 되도록 내부고발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863년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도 내부고발을 이용해 군수품 납품 비리를 척결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형 강화를 통한 범죄자 인식 교정, 횡령금 환수 강화도 방법이다. 조태진 변호사(법무법인 서로)는 “80억을 횡령했는데 징역 7년이면 혹자는 ‘연봉 10억’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양형을 상향 조정하는 것과 횡령금 환수를 강화할 방안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CCTV나 포렌식 수사가 발달해 빠르게 체포, 검거되는 강력범죄처럼 감시와 확인을 늘린다면 횡령의 동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