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ㆍ정보기술(IT) 등 대부분의 산업이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4차 산업혁명 전환에 따라 반도체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시장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중국과의 경제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직접 찾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방국 간 반도체 동맹 강화로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사슬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신뢰할 수 있는 국가ㆍ기업끼리 더 촘촘한 공급망을 만들고, 상호 협력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다. 다만 중국의 반발이 우려된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때처럼 자칫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제 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中 매체 "반도체 공급망 납치 위험"
중국이 한국만 콕 집어 제재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의 반도체가 없으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데다, IPEF 가입국이 한국 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2025년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신규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시장 환경이 달라진다. 산업연구원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TSMC는 2024년에 미국 반도체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미국의 인텔도 미국ㆍ유럽에 공장을 신설한다. 일본과 유럽 역시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또 주요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자국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우리나라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없어 지금까지는 미ㆍ중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반도체 산업 발전이 가능했지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이후에는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재편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중국 수출이 중단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고, 다른 국가에서 대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IPEF 출범 이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이익 또는 손해가 얼마나 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매출 비중이 크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 왔다”며 “미ㆍ중 가운데 양자택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추이를 계속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중국 배제 아니다. 협력 더 강화"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IPEF가 절대 중국을 소외시키는 게 아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에 경제 협력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통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례화 된 한중 FTA 운영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양국이 관심사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