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정식 유통은 아니다. 대부분 ‘어둠의 경로’를 이용한다.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모두 같은 신세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마블 영화까지 막혔다. ‘닥터 스트레인지 2’ 개봉이 금지됐다. 사교로 규정한 파룬궁(法輪功)이 발행하는 신문이 가판대에 놓여있는 게 노출돼서다.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 시장 없어도 흥행에 문제없다”며 탈중국을 말했다.
중국은 책임을 떠넘겼다. 마블 영화가 신냉전의 이념·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환구시보는 엊그제 칼럼에서 차펙 발언을 ‘디커플링(탈동조화)’ 선언이라고 했다. 넷플릭스의 부진을 예로 들며 중국 시장 없이 성장은 힘들다고 했다. 국적 불문 꽉 닫은 ‘인터넷 만리장성’은 말하지 않았다.
사실 해방은 중국 집권당 전공이다. 군대도 국군 아닌 해방군으로 부른다. 국민당과 내전은 해방전쟁이라고 한다. 해방은 개혁개방 이후 외연을 넓혔다.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라며 사상해방을 외쳤다. 2000여년 황제 지배의 질곡을 사상해방이 부쉈다. 혁신과 창조 봇물이 터졌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사상해방의 자리를 ‘사상통일’이 차지했다. 혁신이 줄었다. 기회의 문은 닫혔다. 당평이 퍼졌다. ‘해방일지’의 또 다른 키워드는 추앙이다. 네티즌 자막팀은 ‘숭배’로 번역했다. 숭배와 해방의 병렬은 아이러니다. 대만은 해방을 ‘탈출(出走)’로 바꿨다.
중국 SNS의 관람평을 살폈다. 50일 넘게 봉쇄 중인 상하이 팬의 반응이 애잔했다. 상하이시 당 기관지 제호인 ‘해방일보’와 ‘해방일지’가 겹쳐 보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