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래 전기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울산·아산·화성·광주 등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물량은 연 144만 대로 늘어난다. 올해 국내 전기차 생산 목표는 35만 대이니, 네 배로 커지는 셈이다.
투자금은 일단 전기차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대거 투입된다. 기아 화성공장 내 6만6000㎡(약 2만 평)의 부지에 수천억원을 들여 연간 최대 15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신개념 목적기반차량(PBV) 공장을 세운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기아가 국내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기아는 일단 화성공장에서 중형급 크기의 PBV를 생산할 예정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단기적으로 PBV 신시장을 개척하고,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에 PBV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을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고안한 유연 생산 시스템과 맞춤형 물류 시스템, 디지털 제조 시스템도 국내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전기차-내연기관차 혼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혼류 생산은 주문 상황에 따라 자동차 모델별 생산량을 조절하는 생산방식이다. 전기차 R&D에 투입하는 자금도 늘린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을 늘리고,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모터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외를 모두 더하면 전기차 생산 목표는 323만 대다. 계획대로 투자가 집행되면 전체 생산 대수의 절반가량(45%)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국내 투자 방안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의 반발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오는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중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안현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국내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없으면 지부장으로서 결단하겠다”고 사측에 경고했다. 현대차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서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