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만 산다던 '둔치개밀' 발견…1000마리 남은 붉은해오라기도

중앙일보

입력 2022.05.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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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해안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찍힌 국제적 멸종위기종 붉은해오라기. 국립생태원

일본에서만 자란다는 야생식물 둔치개밀이 전남 화순에서 발견됐다. 밀 품종 개량을 위한 유전자원으로 가치가 높은 식물로 우리나라엔 서식한다는 기록이 없었다. 
 
18일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실시한 제5차 전국자연환경조사 3차년도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생태계 현황을 파악해 자연환경 보전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조사다. 강릉·거제·제주 등을 조사한 결과 189과 2099종의 식물과 572과 5230종의 동물 등 총 7329종을 발견했다. 이는 지난 2020년 2차년도(인제·예천·고창 등) 조사에서 확인된 7627종보다는 적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서식이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모두 98종(1급 17종, 2급 81종)이다. 1급 멸종위기 생물은 암매·풍란 등 식물 2종과 황새·저어새·산양·비바리뱀 등 동물 15종이 국내에 서식하고 있다. 2급 멸종위기종은 가시연, 솔잎난 등 식물 27종과 애기뿔소똥구리, 하늘다람쥐, 담비, 금개구리, 물방개 등 동물 54종이다.

둔치개밀. 우리식물연구소 제공

전남 화순에선 국내 서식 기록이 없던 둔치개밀 200여 개체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습한 물가 주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 둔치개밀은 밀의 품종개량을 위한 유전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에만 자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도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내 자생여부가 불분명했던 야생식물 개방동사니와 잔나비나물의 자생지도 최초로 드러났다. 개방동사니는 '한국 식물명감'(박만규, 1949)에, 잔나비나물은 '한국 식물상 개요'(나카이, 1952)에 기록된 이후 지금껏 발견된 적이 없었다. 개방동사니는 제주도 일대, 잔나비나물은 전북 완주와 경남 고성 일대에서 자생지가 확인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로 발견된 생물과 자생지는 지난해 국내 식물분야 전문 학술지인 한국식물분류학회지에 등록돼 국내 서식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다.


한편 조사팀은 충남 서해안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붉은해오라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1000~2500마리 정도만 생존한 붉은해오라기는 조심성이 많아 관찰하기 어려운 새다. 남해안과 제주도에서만 드물게 관찰할 수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선 무인감지카메라를 활용해 서해안 2곳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미기록종 자생지 발견은 국가 생물주권을 확보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앞으로 있을 전국자연환경 조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