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르노그룹의 러시아 자산을 러시아 정부와 모스크바시(市)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협정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르노는 모스크바 자동차 공장 ‘르노 로시야(르노 러시아)’의 지분 100%를 모스크바시에 이전했고, 러시아 현지 자동차 기업 ‘아브토바즈(AvtoVAZ)’의 지분 68%는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 ‘나미(NAMI)’로 넘겼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르노 로시야와 아브토바즈 매각 금액은 각각 1루블”이라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이후 주요 외국 기업의 러시아 국유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30% 이상) 기업 르노는 지난 3월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의회 연설에서 ‘르노의 러시아 시장 철수’를 호소한 후 제재 동참에 나섰다. 당시 맥도날드·애플·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반러 여론을 의식해 우르르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나서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국기업 자산을 ‘합법적으로’ 국유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르노는 러시아 정부에 2루블에 넘기면서 향후 6년 이내 아브토바즈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조항을 달아 완전한 국유화를 막았다. 르피가로는 “매각 가격 그대로 다시 매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루카 드 메오 르노 CEO는 “어렵지만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러시아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러시아에 있는 직원 4만5000명에 대해 책임지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은 떠나는 서방 기업에 국유화하겠다고 위협했지만, 르노의 새로운 협상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서방 기업이 다시 들어오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은 “우리는 르노 기업의 핵심 능력과 생산 공정, 일자리를 보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가 희망하는 대로 6년 안에 러시아 상황이 좋아져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제재 강도 역시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에게 러시아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다. 르노는 지난해 러시아에서만 약 50만대를 팔았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에 따르면 러시아 시장은 르노 매출의 10%(46억 유로·약 6조1356억원)와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