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시험을 주관하는 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는 지난 9일 “상하이 등 다른 중국 도시들의 코로나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해 왔다”며 “안타깝게도 코로나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일부 도시에서 5월에 치러질 예정이던 시험은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AP 시험은 중국 내 26개 도시에서 이달 2~6일, 9~13일까지 2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었다. 인문과 어문,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32개 과목이 날짜별로 치러진다. 하지만 외국 대학 응시자가 가장 많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해 쑤저우(蘇州), 정저우(鄭州), 창춘(長春), 하얼빈(哈爾濱), 난창(南昌), 난퉁(南通) 등 코로나 상황이 악화된 8개 도시에서 시험이 취소됐다.
특히 칼리지 보드 측은 “중국의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추가적인 시험 기회 역시 제공할 수 없다”며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에게 이번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 국제학교 교사는 상하이 매체인 중국 상관(上觀)신문과 인터뷰에서 “AP 점수를 받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베이징 거주 교민 최모씨(48ㆍ여) 역시 AP 시험 취소로 외국 대학 대신 국내 대학에 자녀를 지원시킬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 씨는 “최근 국내 대학들도 국제학교의 내신이나 토플 외 AP 성적을 요구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국내 대학을 지원한다 해도 집필고사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면접을 보는 학교들로 가야 해 선택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내 여론도 마찬가지다. 웨이보(중국식 트위터)에선 “AP는 입시나 다름없다. 시험이 취소된다면 아이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당국의 지원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 달 6~7일엔 중국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치러질 예정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방역 상황이 호전돼야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다. 도시 봉쇄 47일째인 상하이의 감염자 수는 12일 기준 2096명이다. 신규 감염자 수 51명(12일 기준)인 베이징은 13일부터 12개 구, 2000여만 명의 시민에 대한 PCR 전수 검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