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 지방선거를 전후로 전국에서 쓰레기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각 선거 캠프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합성수지 재질의 현수막과 코팅 처리된 공보물 등을 쓴 결과다. 전문가들은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대안 선거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선거 끝나면 쓰레기…각종 홍보물 골치
각 후보자는 공식선거 운동 기간에 얼굴과 이름·기호·정당명이 인쇄된 현수막을 선거구 내 읍·면·동마다 2장씩 걸 수 있다.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의 경우 투표구마다 2장까지 걸 수 있어 현수막만 10만장 이상이 거리를 도배하게 된다. 전국 각지에 뿌려지는 수억부의 공보물과 100만장의 선거 벽보도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폐기물이 된다.
서울 지역 선거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명함을 나눠주고 유세 차량이 다녀도 거리 홍보엔 한계가 있다”며 “현수막이나 공보물이 후보를 알리는 최적의 노출수단이라는 점에서 (각 후보가) 최대한 걸고 찍어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20%대 수준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을 위해 경기도 오산, 경남 창원 등 22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이를 놓고 환경단체 사이에선 벌써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란 비판이 나온다.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 제안사업 중 절반 이상이 또 따른 형태의 쓰레기로 남는 장바구니·마대자루 등을 만드는 사업이어서다.
지방선거 온실가스 배출량 2만여t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선거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5년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부착하는 현수막의 규격·재질 제한이 사라진 데 이어 2010년에는 선거사무소의 현수막 개수 제한을 없애는 등 그간 공직선거법 개정이 쓰레기를 늘리는 쪽으로 이뤄져 와서다. 광주광역시 환경운동연합과 자원순환협의체가 지난 2일 개최한 ‘쓰레기를 걱정하는 지선(지방선거)씨에게’ 토론회에서도 이런 법 개정의 문제점 등이 지적됐다.
국회에서 잠자는 친환경 선거법안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선 “현행법 아래에서는 사실상 후보자 의지만으로 친환경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재활용 원단을 사용한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보다 비용은 1.3배, 제작 기간은 5배가량 더 걸리는 등 비용·시간이 걸림돌이다. 예컨대 사탕수수 명함은 가격이 2배나 높고, 콩기름 잉크 공보물 등도 고가인 데다 제작 가능한 업체도 극히 일부다.
복수의 캠프 관계자들은 “수천 명이 출마하는 지방선거 상황에서 쓰레기가 없는 ‘제로(0) 웨이스트(waste)’ 후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선거운동으로 쓸 수 있는 비용이 정해져 있어 고가의 친환경 홍보물 등을 쓰면 개수를 줄여야 하는데 홍보물 한장이 아쉬운 캠프 입장에선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당선·낙선 인사도 현수막으로 하는 한국에서 선거 쓰레기를 줄이려면 결국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지 않았던 시대의 선거운동 방식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라며 “관련법을 고쳐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고 공보물은 온라인으로 전환하되 디지털 약자를 위한 공보물을 제작할 땐 재생 종이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