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신모(29)씨는 “독감보다 훨씬 아픈 코로나인데, 연차까지 쓰면서 쉬어야 한다면 노조 시위라도 불사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밀접 접촉자 격리를 하지 않는 등 방역 정책이 바뀔 때마다 회사가 혼란스러웠다. 벌써 회사에서 격리 자율화를 불안해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방역 당국은 11일 “내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안착기 진입 시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착기에 도입하면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가 해제된다.
이 때문에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시민들 사이에선 ‘코로나 막차’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지금이 격리 의무로 휴식이 보장되는 마지막 시기라는 뜻이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앞으로 걸리면 연차까지 사용하고 쉬어야 할 수도 있다. 지금이 ‘코로나막차’인데 차라리 걸려야 하나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한 명이 걸리면 다 뚫린다는 우려에 밥도 먹던 사람과만 먹고 그동안 정말 조심해왔다. 근데 막상 다 풀고 다 걸리는 상황이 되니 우리끼리 ‘차라리 그냥 걸릴 걸 그랬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임산부 “마스크도 안 쓰는데… 외출 못 할 듯”
특히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부부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실외 마스크 해제로 감염 등 코로나19 취약계층 우려는 커졌다. 올해 11월 출산 예정인 이모(32)씨는 “임신 초기 코로나19확진판정을 받았다. 임산부라 약도 못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안정과 휴식뿐이었다”며 “의무 격리 기간이 없으면 이것조차 못한다는 건데, 실외 마스크까지 해제한 상황에서 외출이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임산부 유모(32)씨도 “확진자가 외관상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격리 의무조차 사라질까 봐 더 불안한 게 사실이다”며 “기저질환자나 임산부들은 최소한 재택근무를 필수로 하는 등 대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바로 치료 가능한 여건부터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마지막 방어선인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건 아직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 해제는 안착기로 가는 게 아니라 방치로 가는 거다. 현재 코로나19는 ‘제2급 감염병’인데, 감염병 예방법상 2급 감염병도 격리해야 한다”며 “CDC와 WHO도 코로나19확진시 격리를 하도록 명시했다. 만약 격리를 푼다면 법적으로도 안 맞고 과학적으로도 안 맞는 정책”이라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격리 의무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확진되면 격리하지 않고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전제조건으로 따라가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확진자는 진료를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