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2일 총 규모 59조4000억원의 2022년도 2차 추경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가장 컸던 추경인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을 훌쩍 넘긴 사상 최대 액수다. 이번 추경의 핵심 목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많은 희생을 감내해 온 소상공인에게 이제는 온전한 손실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 정부 경제팀은 거시경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복잡한 난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고, 추경안은 이러한 책무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지원과 동시에 민생과 물가 안정, 방역 보강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확실하게 벗어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소상공인·저소득 가구·물가 지원 총망라
지난해 3분기부터 지급하고 있는 손실보상 제도도 개선한다. 방역 조치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소상공인의 손실보상률(보정률)을 90%에서 100%로 올린다. 분기별 손실보상금 하한액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로써 코로나 이후 7차례에 걸친 지원금과 손실보상 제도로 메우지 못한 피해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20~2021년 소상공인의 손실이 총 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방역 조치 이후 폐업한 소상공인에는 업체당 100만원의 ‘재도전장려금’을 지급하고, 경영 애로에 빠진 소상공인에는 컨설팅을 제공하는 예산을 확대한다. 또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확대 등 자생력을 강화하는 정책도 포함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한 민생·물가 안정 사업도 추경에 포함했다. 저소득 가구 227만 가구에는 가구당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한다. 고유가로 늘어난 냉·난방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과 단가도 확대한다.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고정금리로 전환하거나, 미취업 청년·대학생의 소액자금 대출 등을 지원하는 금융지원도 마련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에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00만원을 준다. 법인택시, 전세 버스·비공영제 노선 버스 포함기사에는 소득안정자금 200만원을 지원한다. 저소득 문화예술인 3만명에는 활동지원금 100만원이 나간다.
아울러 먹거리 물가 대응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1인당 1만원, 최대 20%)을 확대 공급한다. 특히 국내 밀가루 업체의 가격 상승분 70%를 국고로 한시 지원하기로 했다.
역대급 초과세수 덕에 빚 없이 추경
나머지 재원은 기존 예산의 지출을 구조조정해 7조원, 세계 잉여금·기금 여유자금 등을 발굴해 8조1000억원을 마련했다. 이전 정부 사업 중 착수가 미뤄지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연구개발(R&D) 사업 등을 줄이는 등 각종 지출을 절감했다.
추경 총액(59조4000억원) 중 23조원은 법에 따라 지방재정으로 교부하도록 돼 있어 실제 지출 규모는 36조4000억원 수준이다. 초과세수에서 추경 재원으로 배정하고 남은 9조원은 국채를 상환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에서 49.6%로 개선될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건전 재정 기조를 지키기 위해서 9조원의 국채 상환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기존 세계 잉여금 등을 포함해서 약 12조원 정도의 국채 상환을 추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의 세수 추계 오차에 의도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은 추경의 실제 지출 규모를 46조9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손실보상 법제화 이전의 피해까지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과세수가 53조원 넘게 발생하기 때문에 재정 여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번 추경 편성이 ‘선거용’이라는 비판에 대해 “공교롭게 지방선거가 끼어 있는데, (과거) 민주당도 선거를 앞두고 했다”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이번 초과세수 53조원도 문재인 정부의 각료와 기재부 하에서 늘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