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선서를 하는 윤 대통령에게서 여전히 검찰총장 이미지가 선명하게 겹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불과 1년 2개월만의 대격변 아니던가. 만약 조국 사태부터 산 권력 수사, 대선 출마 등까지 이 모든 것을 윤 대통령이 미리 계획하고 예비한 것이라면 정치 검사의 굴레를 벗기 어렵다. 그러나 고비마다 국민의 바람과 순리를 따르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 탓할 명분이 없다. 이른바 '적폐수사' 지휘의 투톱이 새 정권의 핵심이 된 것과는 달리 친정격인 검찰의 기상도는 최악이다. 올해 안에 검찰은 수사권 대부분을 박탈당하고 기소권과 영장청구권만 갖는다. 두 사람 때문에 검찰이 입법 폭격을 당했다는 볼멘 소리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검수완박이 검찰에는 최악이라고 해도 국민들 사이에선 찬반이 갈린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거머쥔 검찰이 과거에 '국민'에 복무하지 않고 '정권'에 복무한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사권을 선택적으로 휘두르며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했다. 검수완박 찬성자들은 '수사특권계급'이 증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슬롯머신 사건, 대선자금 사건 같은 정·관계 비리 수사를 통해 전국적 스타검사가 나올 일이 없어지고 검사들의 정치권 진입 통로도 좁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전·현직 검사들의 끼리끼리 봐주기라는 비난을 들은 형사사건에서의 '전관예우' 병폐가 사그라드는 효과도 언급한다.
한동훈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에서 "이 법안이 시행되면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한다. 상층부 부정·부패는 하층부로 전염되고, 최종적으로는 국민이 약탈당하게 된다"고 답변했다. 맞는 말이지만 수사를 꼭 검찰이 해야 하느냐는 건 다른 문제다. 한때 검찰은 수사권을 전부 내려놓는 대신 경찰 수사 지휘·통제권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향의 개혁안에 동의했었다. 경찰도 수사 경험이 쌓이고 권한이 확대되면 수사를 잘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를 담당할 조직은 행정부에서 떼어내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등 공정한 수사를 가능케 하는 물적·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8년 4월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도 당해봐서 잘 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검찰권 행사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러 검찰은 수사권이라는 한쪽 날개의 상실을 앞두고 뒤뚱거리고 있다. 조만간 윤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받게 되면 "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일갈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한목소리로 묻고 있다. 경찰은 당장이라도 권력 비리를 수사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이란 오명과 결별한 준비가 됐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