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장은 알다시피 디지털 성폭력 n번방 사건을 파헤친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으로, 지난 대선 막바지에 전격 영입돼 ‘이대녀(20대 여성)’의 표심을 끌어온 상징적 인물이다. 당연히 당내 성희롱ㆍ성 비위 사건, 마초적 조직문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꼴페미짓’ ‘해당 행위’로 맹공하니, 나이 어린 여성 비대위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는 건가. 제보자를 색출하고 협박문자를 날리는 일도 벌어졌다. 전형적인 2차 가해다.
술자리도 아니고 공식 석상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굳이 성적인 비속어를 연상케 하는 '농담'을 '아직도' 하는 이유가 뭘까. 여성 보좌관들이 불쾌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남성이라도 저런 맥락의 저런 발언이 불편한 게 정상 아닌가 싶다. ‘꼴페미 완장’ 차고 성에 대해서는 아무 농담도 할 수 없는 엄숙주의로 가자는 게 아니라 일상 곳곳에 높은 성인지 감수성을 작동시키자는 게 본질일 것이다. 또 이 같은 발언을 보좌관이 의원에게, 30대 의원이 50대 의원에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성희롱ㆍ성폭력의 핵심은 ‘성’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점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박 위원장은 최 의원의 사과문 게재 직후 "아는 사람이라고 잘못을 감싸는 문화를 버리지 않으면 5년 뒤에도 집권할 수 없다. 세 광역단체장의 성범죄로 정권을 반납했던 뼈아픈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박 위원장은 ‘검수완박’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내로남불'의 아이콘 조국 전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과연 그가 명실상부한 비대위원장으로 당의 체질 개선을 끌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우리에겐 이런 다른 목소리도 있다고 보여주는 면피성 얼굴마담에 그칠지는 이번 사건이 굴러가는 것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것 같다.
민주당은 9일 최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 논의를 시작했다.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명하고 2차 가해 여부, 보좌관 말 맞추기 등 은폐 시도 여부도 함께 조사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강욱 의원 성희롱 의혹 발언
비판한 '이대녀' 비대위원장 맹공
최 의원 조사…향후 귀추 주목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