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표는 독립하는 성인
어른들의 과도한 간섭과 개입
미래세대의 역량 빼앗는 행위
어른들의 과도한 간섭과 개입
미래세대의 역량 빼앗는 행위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입사 조건은 ‘혼자서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는 “아이가 혼자서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세요”라고 대답하고는 부모가 계속 도와주고 대신해줬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아주 간단한 문제도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실패하는 것을 참고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에 감명을 받고 꼭 그렇게 하겠노라 다짐을 했지만, 아이가 혼자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최근에 잘 갖춰진 이력서를 갖고 있지만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젊은이들을 왕왕 만난다. 잘 준비된 답변을 하지만 추가 질문에는 답을 잘 못 하거나, 코딩 시험에서 답안을 베껴서 제출하는 경우, 과제를 준 이후에도 자세한 지시를 마냥 기다리는 경우들을 만난다.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해서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들만큼이나, 똑똑하게 태어나 공부도 열심히 했으나 정작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다.
“아이가 혼자서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세요.” 어느 시대에나 적용될 만한 현명한 조언이지만 부모가 쉽게 할 수 있는 결심이 아니다. 아이들 수보다도 더 많은 대학이 있다는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치열한 경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사교육에 동의하지 않아도 적당한 선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성인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주당 노동시간 제한이나 휴식시간 등을 보장하지만,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학업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인권과 휴식을 보호하는 어떤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대학 입시에 창의적으로 개입한 사회 지도층들의 이야기가 연일 보도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과 박탈감은 깊어진다. 현재의 시스템은 어른들이 미래 세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올해의 입시제도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다음에는 저쪽에서 또 이쪽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간섭이 미래 세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교육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뼈아프게 반성할 시간이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음 세대가 키워야 할 역량이 무엇일지, 아이들이 혼자서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개입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욕망을 어떻게 막아낼지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이 너무나 시급하지 않은가.
이수인 에누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