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낮 12시를 맞아 더는 글을 올릴 수 없게 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은 이런 표현으로 지난 시간을 자평했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으로도 불렸던 청와대 국민청원은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도입 1725일 만인 이날 막을 내렸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사이버 공간은 국민 소통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 갈등 표출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함께 받는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봤다.
‘현대판 신문고’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 정부 내내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지난 5년 동안 하루 평균 31만여명이 찾아 누적 방문자는 5억 명을 넘었다. 주변에 국민청원 동참을 독려한 적 있다는 직장인 남모(28)씨는 “일반 시민이 가장 손쉽게 공론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자산 vs 제왕적 대통령 각인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하소연 장을 마련해줬다는 건 청와대 국민청원의 공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에게 말하면 모든 게 다 된다’는 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국민에게 각인시킨 과를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학교 대나무숲’ 한계도
‘20만 명 이상 동의’라는 조건이 있다 보니 여론 관심이 집중되지 못한 사건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는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을 호소하는 청원을 올린 김두경(53)씨는 “국민청원을 두 번이나 올렸지만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며 “정치적인 논리나 집단의 이해 관계없이 개인의 호소가 답변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답답해했다.
신율 교수는 “결과만 놓고 보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풀이 수단에 불과하지 제도적 한계 등이 분명해 어떠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청원의 참고 모델인 미국 오바마 정부의 ‘위 더 피플(We the People)’도 다음 정부가 없앤 것처럼 여러 한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후 국민청원의 계승 여부 등이 결정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