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밤낮없이 산속 누비며 불과 사투 벌이는 산불 전문 대응센터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09: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119 신고하면 함께 출동하는 산불 전문가 산불진화대를 아시나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봄은 작은 불씨가 큰 산불이 되기 쉽죠. 지난 3월엔 경북(울진)‧강원(강릉‧동해‧삼척)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어요. 3월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부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강원도까지 번진 겁니다. 정부는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불을 끄기 위한 자원을 총동원했어요. 하지만 산불 발생 지역에는 사람과 장비가 접근이 어려운 절벽·급경사로 이뤄진 지형이 많았고, 바람 방향도 자주 바뀌면서 산불 본진인 응봉산 주불을 진화하기까지 약 213시간이 소요됐죠. 이후로도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림 화재는 연평균 1186건으로, 그중 봄철(2~5월)에 67.5%(801건)가 발생했어요. 이럴 때 활약이 두드러지는 게 바로 산불 예방과 진화를 전문으로 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파주시 산불대응센터를 찾아 이들과 만났습니다.  

박서현(서울 일원초 6)·이유은(경기도 위례초 5)·박주영(서울 동북초 5·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경기도 파주시 산불대응센터를 찾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의 활약을 알아봤다.

흔히 떠올리는 산불 진화 장면은 물을 가득 실은 헬기가 하늘 위를 날고 소방차 앞에 선 소방관들이 화염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일 텐데요. 경사가 가파르고 나무가 우거진 산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평지가 대부분인 도시 주택가나 빌딩 밀집 지구와는 지형적 조건이 달라요. 때문에 산불 발생 시 소방서와 협력해 진화 작업에 나서는 산불대응센터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22년 3월 5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의 한 야산의 모습. 바람 방향이 바뀌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합뉴스

 
 
소방서와 협력해 산불 진화하는 산불대응센터   
경기도 파주시는 면적(6만7223㏊)이 넓을 뿐만 아니라 등산객·캠핑족들이 자주 찾는 감악산·고령산 등 명소도 있어 산불 예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왔죠. 산불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 5월 파주읍 봉암리에 산불대응센터를 신축했어요. 파주시 산림농지과 문진우·김명중 주무관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소속 오학진 반장, 윤대근 대원이 박서현·박주영·이유은 학생기자를 맞이했죠.  

김명중(맨 왼쪽) 주무관이 산불진화차량에 대해 설명했다. 1톤 4륜 트럭인 산불진화차량은 좁고 험한 길을 오르내리기 적합하다.

"산불대응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주영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산불 방지 활동과 진압, 산림 내 불법행위(인화물질 소지 등) 단속을 하는 곳이에요. 평소에는 주민이나 지역을 찾은 외지인이 관내에서 인화 물질을 함부로 태우지 못하도록 계도하죠. 볏단을 태우거나 담뱃불에 의해 불이 나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해야 하거든요. 또 산불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출동해 소방서·파주시청 인력들과 함께 진화하죠. 소방대원은 소방차가 진입이 가능한 도로 인근이나 화재 초기 진압 단계에서 주로 활약하고, 다음 화재를 대비하기 위해 소방서로 복귀해요. 저희는 사고 원인 및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일정 부분 진화된 현장의 잔불을 정리한 후 뒷불 감시까지 하며 산불의 재발을 막죠."(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은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깊숙한 산속까지 들어가곤 하는데, 출동 현장이 가파른 지형이거나 나무가 우거진 경우가 많아 강인한 체력이 필요해요.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산불 진압 방해 요소에도 잘 대처해야죠. 바람이 거세게 불면 불길을 잡기 어려워지는 건 보통이고, 물을 뿌리는 호스가 불에 타거나 날씨가 너무 추워 물탱크가 얼어버리기도 합니다.
 

지난 3월 경북‧강원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15일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 한 야산에서 소나무들이 불에 타 숯덩이가 된 모습. 중앙포토

"산불이 발생한 원인은 어떻게 찾아내나요. 또 어떤 이유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지도 궁금해요." 서현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진화가 끝난 뒤 불이 시작된 지점을 확인하는 거죠. 주민들이 쓰레기나 짚·겨 등 농업부산물을 소각하다가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요. 또 버려진 담배꽁초나 근처 캠핑장을 찾은 사람들이 관리를 잘 못 한 불씨로 인해 불이 붙는 경우도 있죠."(윤) 이외에 바람의 방향을 보고 불이 번진 방향을 살피기도 하고, 해당 사건 조사반 전문 요원이 최초 신고자의 진술에 근거해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도 해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은 119나 지자체 산불 신고 번호를 통해 접수된 화재 신고 중 산불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출동해요. 산불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2개의 조가 출동합니다. 1개의 조는 4~5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산불진화차량이죠. 소방차와는 크기와 생김새, 휴대장비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어요. 윤 대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산불진화차량을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 차고지에서 주차장으로 차량을 이동시켰죠.  
 

이유은(왼쪽) 학생기자가 김명중 주무관과 함께 산불진화차량 내부를 살펴봤다. 무전기와 경광등·마이크를 조절하는 스위치 등이 있다.

1톤 트럭인 산불진화차량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가사다리 소방차보다는 확연히 작은 크기였는데요. 길이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려면 크기가 작은 게 유리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네 바퀴에 동시에 엔진 동력이 전달되는 사륜구동이라 비포장도로도 거침없이 달리죠.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은 신고가 들어오면 이 차량에 탑승해서 무전으로 소통하면서 현장으로 향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차에 오르자 김 주무관이 시동을 걸었어요. 경광등과 마이크, 무전기에 전원이 들어왔죠.  
 
"파주시에는 산불진화차량이 11대 있는데 모두 이 무전기를 통해 연락이 가능해요. 현장에서 지원 인력이 필요할 때나 산불 진압 중 지시사항이 있을 때 모두 무전을 통해 상황을 공유합니다. 또 헬기가 하늘에서 물을 뿌릴 때도 무전을 통해 방향 지시를 해요."(윤)

이유은 학생기자가 실제 현장에서처럼 무전기로 다른 학생기자들과 소통해 봤다.

 
앞서 산불대응센터에서는 산불 진압 외에 산불 예방 활동도 병행한다고 했죠. 무전기 본체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미리 녹음된 안내 방송이 나왔어요.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산불 예방을 위해 시민 여러분께 안내 방송을 드리겠습니다."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차량에 있는 마이크를 사용해 외부와 소통할 수도 있죠.  
 
산불진화차량 짐칸에는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들이 실려있어요. 가장 먼저 800L의 물을 적재할 수 있는 물통과 거치대에 감겨있는 롤형 호스가 눈에 들어왔죠. 소방서에서 사용하는 호스보다 훨씬 얇고 긴 외형이 특징인데요. "이 호스의 길이는 대략 600m 정도예요. 필요하면 호스를 연장해서 1000m까지 늘릴 수도 있죠."(김) 일반적으로 소방차에 적재된 호스의 길이는 10~15m 정도인데요. 산불대응센터에서 화재 진압 시 쓰는 호스의 길이는 그것보다 훨씬 길고, 굵기도 얇아서 대원들이 들고 산속 깊숙한 곳까지 접근이 가능하죠. "차량에 실은 물이 다 떨어지면 어디서 가져오나요?" 물통을 살피던 유은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소방차나 다른 산불진화차량을 통해 수급해요. 현장 근처에 있는 소화전에서 끌어올 때도 있죠."(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의 보호 안경과 헬멧을 착용한 박서현 학생기자.

 
물통 속 물을 호스를 통해 끌어 올리려면 동력이 필요한데요. 본래 차에 부착된 일체형 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파주시 산림농지과에서는 경운기 엔진을 동력을 공급하는 모터로 개조해 사용합니다. "경운기를 모터로 사용하면 여러 이점이 있어요. 일단 힘이 좋고, 차에 휴대하기도 편해요. 또 고장이 나더라도 주변 농기계 센터에서 쉽게 정비할 수 있죠."(문) 경운기 모터 옆에는 갈퀴도 4개 꽂혀 있었어요. 갈퀴는 산불 진압 마무리 단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잔불을 찾아낼 때 사용해요. 산속에는 낙엽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이 다시 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갈퀴로 꼼꼼히 구석구석 살핍니다.  

산불진화차량 짐칸에 실린 산림 화재 진압 장비들. 위에서부터 800L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통, 물 뿌릴 때 쓰는 약 600m 길이의 롤형 호스, 물이 부족할 때 소화전 등에서 물을 끌어오는 호스.

산불진화차량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산불 진압 현장을 간접 체험하기 위해 호스를 들고 숲속에 물을 뿌려보기로 했어요. "호스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손잡이에 있는 스위치를 손으로 움켜쥐면 물이 나와요. 현장에서는 불의 형태에 따라 물이 짧은 거리에서 넓게 퍼지는 방사형과 물이 비교적 긴 거리까지 곧게 뻗어 나가는 직수형을 바꿔가며 분사해요. 불이 넓은 면적에서 약하게 일었을 때는 방사형으로 물을 쏘지만, 나무 위쪽이나 쥐구멍 등 높이가 높거나 면적이 좁은 경우에는 직수형이 유리하죠. 분사형은 물이 나오는 입구에 달린 손잡이를 몸을 기준으로 바깥으로 옮겨놓으면 돼요. 직수형은 그 반대죠."(오) 실제 현장에서는 헬기가 하늘 위에서 물을 뿌리는 경우가 많고, 불씨와 재가 사방에서 날아들기 때문에 안전모를 꼭 착용해야 해요. 오 반장과 함께 한 명씩 돌아가며 호스로 물을 분사하며 대원들이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 느껴봤습니다.
 
멀리서 연기만 봐도 긴장…산불진화대원들의 하루 
유은 학생기자가 신고를 접수한 뒤 불을 끄는 전체적인 절차를 궁금해했죠. "산불 신고가 소방서와 산불상황관제시스템에 접수되면 위치를 확인하고 발생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소방대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각각 출동해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원이 메신저나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죠. 헬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담당 주무관이 요청하는데, 파주는 38선과 가까워 군부대가 많아서 미리 신고하지 않은 비행이 엄격히 금지된 지역이에요. 하지만 봄이나 가을처럼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기간에는 미리 승인을 받아놓고, 산불이 발생하는 즉시 군부대에도 연락합니다."(문)

소중 학생기자단이 산림 화재 진압 시 사용하는 롤형 호스로 물을 뿌리는 법을 배웠다. 길이가 약 600m로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기 적합한 호스다.

 
불길이 가장 거센 초기 진압 단계에서는 소방차와 헬기가 큰 역할을 하지만,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히면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본격적으로 활약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파르고 길이 좁은 산의 특성상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고, 소방차의 호스 역시 무겁고 길지 않아서 진압 가능 거리가 짧기 때문이죠. 때로는 산불진화차량조차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이때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각자 등짐 펌프를 하나씩 메고 다니며 불을 꺼요. 등짐 펌프는 백팩처럼 메는 물통에 호스를 연결한 형태로, 불의 형태에 따라 분사와 직수 활용도 가능하죠. 하지만 많은 양의 물을 담을 수가 없어 산 중턱이나 정상 부근에서는 조립식 수조를 활용해요. 금속 막대기로 뼈대를 만들고 폴리에스터 천을 걸쳐서 조립한 형태인데, 하나에 약 500L의 물을 담을 수 있죠. 조립식 수조를 활용하면 물을 긷기 위해 산 아래까지 여러 번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죠.  

산불진화차량조차 진입이 어려운 현장에서 사용하는 등짐 펌프. 백팩처럼 메는 물통에 호스를 연결한 형태다.

 
"산불이 없는 평상시에는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주영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그건 지금 산불대응센터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알아볼까요." 김 주무관을 따라 들어가자 가장 먼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의 무전기가 눈에 띄었어요. 그 뒤로 개인용 옷장과 테이블, 의자가 보였죠. "대원들은 아침 9시에 와서 출근 도장을 찍고 사복에서 대원복으로 갈아입어요. 앞에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공간에서는 회의하거나 식사를 하죠."(김) 안쪽으로 들어가니 샤워실도 보였어요. 산불 예방 및 진압을 마친 대원들이 돌아와 씻는 곳이죠. 그 옆에는 파주시 관내 지도와 업무용 컴퓨터가 비치된 상황실도 있었습니다. "파주시에서는 여러분이 현재 둘러보고 있는 파주읍 봉암리 산불대응센터와 문산 쪽에 있는 산림보호센터, 그 외 거점 대기소 6곳에 담당 주무관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을 비롯한 관련 인력이 배치돼 산불 예방 및 진화에 힘쓰고 있어요."(김)

마지막까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잔불과 불씨를 꼼꼼하게 살필 때 주로 쓰는 갈퀴로 풀숲을 훑어본 소중 학생기자단.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관할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산불 예방 관련 홍보 및 계도를 하는 거예요. 임야 인근 100m 이내의 불법 소각 현장을 적발해 화재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하죠. 밤에도 대원들의 업무는 이어집니다. "돌아가면서 야간 근무를 서요.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보통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지만, 야간 근무조는 오후 9시까지 추가 근무를 하죠. 밤에 산불이 발생하면 야간 조가 먼저 출동하고, 담당 주무관에게 보고해요. 그러면 주무관이 퇴근한 대원들에게 연락하죠."(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오학진 반장, 윤대근 대원과 본격적인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서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필요한 역량도 궁금해요.
윤: 저희는 파주시청 산림농지과 소속인데요. 아무래도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이나 비탈길을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체력이 가장 중요하죠. 100m를 기준으로 달리기 등을 하면서 체력검정시험을 치르는데 그걸 통과해야 해요. 또 서류 전형과 면접, 관련 장비 운용 능력을 합산해서 합격 여부를 가려요.

멀리 떨어진 곳의 상황을 살필 때 사용하는 쌍안경.

 
주영: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으로서 특히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오: 산불을 다 진압한 뒤 산에서 내려오는 순간이죠. 불씨가 더 이상 안 퍼지는 걸 확인하고 나면 '오늘도 열심히 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윤: 저도 비슷해요. 현장에서는 오직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바삐 움직이지만, 임무가 끝나고 나면 '내가 여길 어떻게 올라왔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은 화재 현장 마무리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불을 다 끄고 산에서 내려갈 때 보이는 풍경이 유독 반갑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윤대근(맨 왼쪽) 대원·오학진(맨 오른쪽) 반장과 함께 위급 상황 시 불길로부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을 지켜주는 방화 텐트를 체험했다.

 
유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불 앞에서는 두려움이 생길 것 같아요.  
윤: 저희도 사람이니 당연히 무서울 때도 있죠. 특히 바람이 불어서 불의 방향이 바뀔 때가 가장 무서워요. 순식간에 저희 쪽으로 불이 번질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 불을 꺼야만 살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극복하죠.  
 
주영: 진압 현장에 출동하지 않을 때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의 하루가 궁금해요.   
윤: 평소에는 담당 구역을 순찰해요. 주민들이 허가되지 않은 구역에서 농업부산물을 태우지 못하게 하고,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산객을 적발하는 일 등을 하죠. 캠핑장에서 화기 단속도 하고요. 덕분에 예전보다 산불 발생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죠. 3~4년 전만 해도 어르신들이 논밭에서 농업부산물을 소각하다가 불이 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서현: 한 분야에서 계속 일하다 보면 일종의 직업병이 생길 것 같기도 한대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으로서 특별한 습관이 있나요.   
윤: 멀리서 연기만 보면 '혹시 산불인가' 싶어서 쫓아가게 돼요. 언제 산불이 발생할지 모르니 밤에도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두고 자거든요. 새벽 2시에도 연락을 받으면 출동해야 하니까요.     
오: 저도 마찬가지예요. 밤에 잘 때도 작은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산불진화차량 롤형 호스의 물 분사는 불의 형태에 따라 분사형(위 사진)과 직수형으로 나뉜다.

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산불 진압 현장이 있으신가요. 

윤: 2019년에 파주 감악산 정상에서 난 불을 진압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워낙 가파른 곳이라 산불진화차량도 진입이 어려워서 모든 대원이 등짐 펌프를 지고 2주 동안 산을 오르락내리락했었거든요. 워낙 산불 규모가 커서 파주시 소속 헬기 외에도 산림청·군부대·소방서와 바로 옆 연천군 소속 헬기까지 와서 불을 껐죠. 
오: 저도 감악산 산불 진화 현장을 꼽고 싶어요. 그 산 자체가 워낙 높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림 안이나 인접지에서 허가없이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 3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돼요.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어요. 산림을 보존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불 앞에서 맞서 싸우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활약에 감사하면서, 등산이나 트레킹을 할 때는 불씨가 될 만한 인화성 물질을 휴대하지 않는 등 일상생활에서 산불 예방에 힘쓰도록 해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명중 주무관이 파주시 산불전문예방진화들이 현장 출동 시 가방 안에 소지하는 개인 장비들을 소중 친구들을 위해 공개했어요.
휴대용 무전기: 산불대응센터 대원과 파주시청 산불상황실, 헬기 조종사가 소통하는 장비. 미리 약속된 주파수로 맞춰 놓기만 하면 파주시 권역 안에서는 중계기를 통해 다 수신이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소통하기가 용이하다.  
휴대용 토치: 가스를 충전한 상태에서 밸브를 열어서 버튼을 누르면 불이 나온다. 산불이 너무 거셀 경우 진행 방향을 예측해서 그 주변을 미리 태워둬야 불이 더 커지지 않기 때문에 가끔 사용한다.  
방화 텐트: 불이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쪽으로 갑자기 퍼졌을 때 잠시 화마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 역할을 한다. 알루미늄판과 유리섬유 합지로 만들었으며 직접적인 화염(약 1500°C)에도 한동안 버틸 수 있다.   
엔진톱(전기톱): 높은 나무 위에 불씨가 옮겨붙으면 사람이 올라가서 끌 수 없기 때문에 나무를 베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엔진톱을 사용한다.   
열 감지 장비: 눈으로 보이는 불이 다 꺼졌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산에는 낙엽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고, 산짐승이 파놓은 굴에 불씨가 숨어있는 경우도 많아 열 감지 장비로 숨은 불씨를 찾는다.  
산불이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언뜻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산불. 알고 보면 우리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에요. 산과 인접한 주거 지역이 많을뿐더러 등산이나 캠핑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 알려줬습니다.    
 
윤대근 대원: 일단 119에 먼저 신고하고 가족과 함께 마을회관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세요. 그러면 소방대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현장에 출동하고, 주변 주민들에게도 대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릴 겁니다. 절대 불 가까이 가지 마세요. 산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불을 직접 끄겠다고 나서다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지거나 인명 피해가 늘어날 수도 있어요.  
 
김명중 주무관: 최대한 산이나 들판과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중요해요. 불이 붙을 만한 물건이나 건물이 없는 공터가 비교적 안전해요.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파주 산불대응센터 취재는 산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에게 그분들이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꼼꼼한 설명을 들었어요. 장비들의 용도를 살펴보고, 직접 조작해 보기도 했는데, 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산불을 진화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존경심이 들었어요. 이번 취재로 산불 진화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더욱 불조심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박서현(서울 일원초 6) 학생기자  
 
최근에 울진 산불 관련 기사를 보고 산불에 관심이 생겼는데, 산불을 진화하는 곳인 산불대응센터에 가게 되어 기뻤어요. 산불진화차량과 여러 장비를 살펴봤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산불진화차량에 있는 호스를 이용해 물을 직접 뿌려보는 체험이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막상 해보니 재미가 있으면서도 호스가 너무 무거워서 대원분들이 아주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또 인터뷰를 통해 평소에 궁금했던 산불대응센터와 소방서의 차이점, 그 밖의 산불진화에 관련된 많은 정보를 알게 돼 유익한 시간을 보냈어요. 사실 첫 취재라서 긴장되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즐거웠고, 이번 취재를 통해 산불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어요. 산불은 제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캠핑을 가거나 산에 갔을 때 산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주영(서울 동북초 5) 학생기자  
 
2022년 4월 4일 우리 집과 가까운 산에서 산불이 났어요. 그때 저는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모르겠고, 불이 언제 진화될지 궁금해하면서 한편으론 두려웠어요. 그런데 이번 파주 산불대응센터를 취재하며 어떻게 대처할지 알게 됐죠.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산불이 나면 바로 소방차가 출동해서 모든 불을 끌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산의 특성상 차가 오르지 못하는 곳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 직접 올라가셔서 불을 진화하며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잔불까지 정리하는 등 어려운 일들을 맡고 계셨어요. 산불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담배꽁초의 남은 불, 논밭에서 이뤄지는 소각, 캠핑 시 사용하는 화기에서 불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러므로 우리가 평소에 조심해서 산불을 예방하고 더욱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산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이유은(경기도 위례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