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한 일본 영화 ‘우연과 상상’(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으로 내한한 재일교포 배우 현리(36·본명 이현리)의 말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연예계에선 드물게 한국 국적, 한국 이름으로 활동했다. 개봉 당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세대도 달라졌고, 요즘은 K팝이나 한국영화가 잘돼서 잘 봐주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에선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생체실험을 폭로하는 만주 여인 히로코였다. 올해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는 일본인 키요가 되어 배우 정웅인·이민호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나라를 가리지 않고 좋은 감독·스태프·출연진과 같이하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이제야 이뤄지고 있다”며 웃었다.
현리는 가수 이정의 ‘열’(2006)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대학 시절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한국 연기학원을 다녔다.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2016), 넷플릭스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나시’(2019) 등 주로 일본 작품에 출연했다. 영화 ‘물의 목소리를 듣다’(2014)로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신진 여우상을 받았다. 2020년 독립영화 ‘카오산 탱고’로 처음 한국 작품 주연을 맡았다.
한국 영화·드라마도 즐겨본다는 그는 영화 ‘밀양’의 배우 전도연,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최고로 꼽았다. 함께 연기하고픈 배우로는 드라마 ‘빈센조’의 전여빈을 들었다. “일본 작품에서 한국어 대사를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드라마 ‘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닛폰TV·훌루)에서 기회가 와 행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