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폐지” 약속했지만 국정과제서 다수 빠져
“취임 즉시 군인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역시 국정과제에선 자산형성프로그램을 더해 2025년까지 병장들의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으로 변경됐다. 4일 인사청문회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일부 점진적으로 증액시키는 것으로 조정했다”며 공약 수정을 인정했다.
파격적 규모로 대선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ㆍ소상공인에 대한 “50조 지원” 공약은 축소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은 유세 현장에서 “300만원씩 나눠주는 (문재인 정부)공약에 현혹되지 말라. 국민의힘은 기본적으로 1000만원씩 기초지원금이 나간다”고 주장했다. ‘50조원 이상’, ‘취임 100일 이내 마무리’ 등 규모와 시기도 못박았다.
그러나 지난 달 인수위가 발표한 손실보상안은 총 규모 ‘33조1000억원+α’의 차등지급 방안이었다. “일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1000만 원을 초과하는 지원도 계획 중”이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소상공인 단체들은 “일괄지원하겠다던 공약을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파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던 30대 장관 기용도 1기 내각에선 무산됐다. 윤 당선인이 발표한 장관 후보자 가운데 30대는 한 명도 없었고, 40대도 49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하다. “부모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내세워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인원을 확대하겠다던 약속은 정시 비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페이스북에 한줄 공약으로 내세웠던 “주식양도세 폐지” 역시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로의 변경안이 제시됐다.
공약 파기 논란이 거세지자 당내에서도 “공약 후퇴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께 반성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당선인 대변인실은 5일 입장문을 통해 “공약파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를 보다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꼭 실천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6일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인구가족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원포인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지지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 원내대표가 상징적으로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쌀 시장 개방 사과한 YS, 전문가 "공약 파기 설득 필요"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취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방송법 개정안 재검토 발언으로 야당으로부터 "여당이 되니 입장이 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민주당이 추진하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놓고 문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최선인지 검토해 봐야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은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핵심공약이던 한반도 대운하, 반값등록금 등의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때 공약을 했더라도 통치 과정에서 잘못된 정책에 대해 수정하고 보완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공약을 수정하게 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