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위해 시간 지켜 밥 먹었는데…'간헐적 단식'의 배신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5.07 05:00

수정 2022.05.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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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전문기자의 촉: 간헐적 단식 효과 없다는데 

간헐적 단식으로 알려진 시간제한 다이어트의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최고의 의학전문지에 실렸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0일 '과학자들이 시간제한 식사의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연구 논문을 소개했다. 국내 비만 분야 권위자인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이 논문에 대해 "당연한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논문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중국 남방의대와 미국 툴레인대 연구진이 비만 성인남녀 139명을 1년간 관찰했다. 한 팀은 오전 8시~오후 4시에만 식사하고 다른 팀은 제한하지 않았다. 두 팀 다 하루 섭취량을 여성은 1200~1500kcal, 남성은 1500~1800kcal로 제한했다. 권장 열량(여성 2000, 남성 2500kcal)보다 적다.
 
 
수칙을 지킨 118명 모두 체중이 6~8kg 줄었다. 두 팀의 감량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허리둘레·체지방·체질량·혈당지수·혈압 등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 방법이 체중을 줄인 게 아니라 체중 감량이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조 그룹을 둔 1년의 추적 방식의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 학술지에 시간제한 다이어트의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실린 적이 있어서 이번 논문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오상우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중앙포토

 
국내 비만 분야 권위자인 오상우 교수(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중심건강포럼 대표)는 어떻게 볼까. 오 교수는 "간헐적 단식이든 다른 방식이든 거의 모든 다이어트는 초기에 효과가 나다가 6개월~1년 지나면 사라진다"며 "이번 연구가 그걸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오 교수에게 다이어트 궁금증을 들어본다. 


간헐적 단식이 정말로 효과가 없나.
그게 이론적으로 그럴듯하지만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달라진다. 누구든 식사 패턴을 바꾸면 체중이 빠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효과가 떨어지고 살이 찐다. 이건 불변의 진리이다.
 
왜 장기적으로 효과가 사라지나.
우리 몸이 적응하기 때문이다. 2, 3년 지나서 살을 뺐다는 사람이 있긴 한데, 이는 오랫동안 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어떻게 적응하나.
음식을 줄이면 몸이 잔뜩 긴장한다. 긴장하면 체지방을 축적하려 든다. 조금만 먹어도 에너지를 축적한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로 저장이 잘 안 돼 지방으로 계속 저장하려고 한다. 인류는 항상 배가 고팠고 굶주려왔다. 인간의 몸이 그걸 기억하고 있다.  
 
시간제한 다이어트가 효과적이라는 논문도 적지 않다. 
효과 있다, 효과 없다고 엇갈리면 없다는 것이다. 우리 환자에게 이 방식을 권고한 적이 없다. 당뇨병 환자에게 당 섭취량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뿐. 

비만 환자 수 증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 법은.  
1970년대 이후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나왔다. 10만개 넘을 거다. 아직 '바로 이거다'라고 입증된 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다이어트가 스트레스가 되면 살이 안 빠진다. 몸을 편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다. 평소 하던 대로 세 끼 먹으면서 양을 줄이는 게 가장 안전하다.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방법이며 가장 확실하다.  
 
언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게 좋은가.
체질량 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이면 비만)로 기준을 잡는 건 적합하지 않다. 50대 이상 중년층과 20, 30대는 BMI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보다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성은 90㎝(35.4인치), 여성은 85㎝(33.5인치) 이상이면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옷을 입을 때 허리에 맞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왜 허리둘레가 중요한가.
내장지방을 반영한다. 간이나 근육에 박힌 지방이다. 또 피하지방이 배 쪽에 많으면 임상 진료 결과가 안 좋다. 뱃살은 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장지방의 간접 지표가 허리둘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