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하네"…'오늘은 예스키즈존' 했다가 비난 쏟아진 카페

중앙일보

입력 2022.05.05 16:35

수정 2022.05.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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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니씨가 어린이날 카페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마련한 사탕 꾸러미. 사진 김씨 제공

 
경기도 연천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하니(29·여)씨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이날 카페를 찾는 어린이 손님을 위해 사탕 꾸러미 100개를 준비했다. 어린이 전용 음료를 1000원에 판다는 김씨의 카페는 어린이 출입을 막지 않는 ‘예스 키즈 존(Yes Kids Zone)’이다. 김씨는 “같은 아이 엄마로서 아이를 데리고 식당·카페에 가는 일이 눈치 보일 때가 많아 어린이 동반 손님들이 편하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예스키즈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키즈존 대신 예스키즈존도 늘어나

지난 4월 공개된 맥도날드의 예스키즈존 관련 광고. 사진 맥도날드 유튜브 캡처

최근 어린이 손님을 반기는 예스키즈존이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유행처럼 퍼져나갔던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예스키즈존 명단이 공유되며 퍼지고 있다. SNS에 소개된 경기도 수원시의 한 카페는 매장 앞 계산대에 ‘예스! 키즈&펫 존’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뒀다. 해당 카페 관계자는 “카페 분위기가 젊은 편이라 이런 글을 써두지 않으면 발걸음을 돌리는 가족 손님이 많아 이들이 편히 즐기다 가라는 뜻에서 공지를 따로 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4월 “온 세상 어린이 대환영”이라며 전국 매장이 예스키즈존이라고 밝혀 온라인에서 호평받기도 했다. 
 
노키즈존으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이런 사회적 흐름을 환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40대 임모씨는 “노키즈존이 한창 뜬 후 아들과 외출할 때마다 가려는 식당이나 카페가 아이를 받는지 확인하는 게 일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노키즈존에서 입장 거부를 당한 적 있다는 30대 주부 배모씨는 “적어도 주변 눈치 안 보고 아이와 찾을 수 있는 예스키즈존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어린이날만 예스키즈존”이라는 카페들?

어린이날인 5일 트위터에서는 일부 노키즈존이 예스키즈존으로 영업 방식을 바꿨다는 내용이 퍼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일부 노키즈존 카페 등은 어린이날인 이날 “어린이날 하루는 예스키즈존”이라는 공지를 했다가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SNS에서 이런 내용이 퍼지면서다. 트위터에서는 “어린이날에만 예스키즈존이라니 너무 속 보인다” “‘옜다’ 싶은 어른들의 마인드가 싫다” 등과 같은 글이 잇따랐다.
 
예스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다 해도 노키즈존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국 노키즈존 가게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지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노키즈존 식당은 432곳 등록돼 있다. 예스키즈존은 59곳이다. 노키즈존이 예스키즈존보다 7배 이상 많은 셈이다. 지난해 12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가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키즈존을 찾는 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한 네이버 카페에는 “노키즈존 캠핑장을 소개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조용히 쉬러 캠핑을 가는 건데 일부 개념 없는 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적었다. 
 
아동·청소년 관련 단체들은 노키즈존이 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는 “어린이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다. 대신 함께하는 법을 가르쳐달라”며 노키즈존에 반대하는 어린이들의 목소리 등이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