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유총연맹 前총재 "김부겸, 내게 화끈히 사퇴하라 요구"

중앙일보

입력 2022.05.04 16:26

수정 2022.05.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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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를 1년 남기고 조기 퇴임해 외압 논란이 불거졌던 한국자유총연맹 김경재 전 총재는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나를 만나 사퇴를 요청하고, 후임 총재 지명도 행안부에 맡겨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재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통화에서 "김 장관 등 행안부 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절친인 박종환씨를 후임 총재에 앉히기 위해 나에게 조기 퇴임을 압박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임기 1년 앞서 퇴임한 자유총연맹 총재
"김 장관이 나 만나 '화끈하게 그만두라' 요구"
"후임 총재 지명 권한 행안부에 달라고도 요청"
"문 대통령 절친 박종환 앉힐 거란 얘기도 해"
"부당했지만 후배(김부겸) 사정 고려해 수용"
김부겸"예의 갖춰 사정 설명했을 뿐" 반박
후임 박종환도 8개월 앞서 퇴진, 의문 증폭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350만 회원을 둔 자유총연맹은 행정안전부 예산을 지원받지만, 독립성을 가진 관변단체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 직접 나서 자유총연맹 총재 인사에 관여한 정황이 당사자를 통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자유총연맹 총재 가운데  흔치 않은 호남 출신인 김 전 총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3월 부임했으며 원래 임기는 2019년 2월까지였으나 2018년 3월 6일 "박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퇴임했다. 일문일답. 
 
-임기를 1년 앞두고 조기 퇴임한 배경은 뭐였나 
  "2018년 2월께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 한잔 마시자'고 제의해와 광화문 인근 호텔에서 만났다. 대학(서울대 정치학과) 후배라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였다. 김 장관이 거기서 '형님, 내가 형님 때문에 압력을 많이 받아 (장관) 하기가 어려운데,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자유총연맹 총재) 하면 뭐합니까. 그냥 화끈하게 그만둬 버리시죠'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나 
"말도 안되는 부당한 요구였지만 그래도 후배인 김 장관의 입장을 고려해 '20여일 뒤면 취임 2주년이 되니 그때 사임한다고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김 장관이 '아주 좋습니다'고 답하더라. 그런데 사임을 발표하기까지 남은 기간에 문재인 정권 주변 세력이 근거도 없이 내게 비리 의혹을 제기하더라. 이 때문에 국회에 불려가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사임은 예정대로 2018년 3월 6일 단행했다." 
 -후임자 선정은 어떻게 됐나
 "자유총연맹 내규에 따라 총재 권한 대행을 이세창 부총재에 맡기고 퇴임했다. 그분은 원칙주의자라 후임 총재 임명도 원칙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부겸 장관이 어느 날 내가 기차를 타고 지방을 가는데 전화를 걸어와 '후임 총재 지명 위원회 구성 권한을 저희(행안부)에게 양보해달라'고 했다. 내가 '어떻게 양보하라는 거냐'고 물으니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동기인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을 후임 총재에 밀도록 돼 있는데, 지금 이세창 총재 대행이 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박종환을) 못 밀게 돼 있다'며 지명 권한을 행안부에 넘겨달라고 하더라." 
 
이에 대해 김부겸 총리(당시 행안부 장관)는 "당시 김경재 총재에게 예의를 갖춰 사정을 설명한 건 사실이지만, 외압이라고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었다. 내가 막 압박을 했다는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총리는 "'문 대통령 밑에서 총재 하면 뭐하나. 화끈하게 그만두라'고 김 총재에게 말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분의 주장이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김경재 전 총재는 (과거 '김형욱 회고록'을 쓰는 등 민주화 운동을 한) 역사성이 있잖나. 내가 예의는 다 차렸다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 김경재 총재의 후임 박종환 총재는 김 전 총재가 물러난지 40여일 뒤인 2018년 4월 19일 자유총연맹 총재에 취임했다. 이세창 총재 권한 대행 등 이전 집행부는 그해 4월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간부들이 '후보를 박종환씨로 단일화하고, 후보 모집을 외부에 공고하지 말라'며 박씨를 총재에 앉히려고 외압을 가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박종환씨는 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72학번 동기로 40년 지기다. 문 대통령이 2012년 12월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날 소주잔을 기울이며 함께 밤을 세운 사람이 박씨였다고 한다. 그런데 박종환씨는 임기(올해2월)를  8개월 앞둔 지난해 6월 15일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역시 조기 퇴임했다. 박씨는 김 전 총재와 달리 퇴임식은 물론 언론에도 퇴임 사실을 알리지 않고 물러나 퇴임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기사는 4일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서 상세 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