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해ㆍ강안 과학화 경계사업’이란 명칭으로 219억원을 들여 동ㆍ서ㆍ남해안 일대 경계를 맡는 9개 사단(강화도 해병 2사단 포함)에 원거리 카메라 등 감시장비를 설치하고 현재 운용 중이다. 여기엔 '노크·헤엄 귀순' 사건과 올해 첫날 탈북민 월북 사건이 발생했던 22사단 경계 지역도 포함돼 있다.
검찰 수사 결과 해당 사업에서 납품업체 등이 빼돌린 부당이득은 약 120억원(항포구 감시장비 포함)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육군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ㆍ강력수사협력부는 이번 납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 업체 대표와 브로커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육본이 지난 2020년 3월 발주한 해당 사업에서 중국산 저가 감시장비를 국내에서 만든 제품인 것처럼 속이는 이른바 ‘라벨 갈이’ 수법으로 104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해 8월 육본이 발주한 항포구 감시장비 사업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1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서욱 국방장관이 육군참모총장 재직 시절에 진행됐다.
문제는 계약상 하자 처리 기간(2년)이 올해 12월 31일까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통상 수년이 걸리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 기한이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해당 사업의 계약 특수 조건에 불법ㆍ부정행위로 부당이득을 취할 경우 해당 금액은 물론 법정이자까지 물도록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육군이 재판을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 건 군납을 주도한 부서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전형적인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부당이득 환수 시 관련자들의 징계가 불가피하니, 이를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 내에선 “납품업자 입장에선 불법을 저질러도 형만 살고 나오면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대북확성기 납품 비리 사건만 봐도 당시 3년형을 선고받은 업자를 두고 ‘징역 1년에 20억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군납과 달리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방산 계약의 경우, 검찰의 기소는 물론 감사원 감사 결과만 나와도 방위사업법령에 따라 철저하게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고 가산금까지 물도록 하게 돼 있다”며 “군납은 관련 법규가 없어 비리가 발생해도 국민 세금만 축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