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최고에도 대규모 무역적자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올 1월을 제외하고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흑자였던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처음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는 2월을 제외하고 모든 달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았다.
에너지·농산물·원자재 고공행진
실제 지난달 3대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48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4월 수입액 77억2000만 달러와 비교해 91.8%(70억9000만 달러) 급증했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겨울철인 올 2월 수입액(124억8000만 달러)보다도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제유가가 봄철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간 탓이다.
이런 물가 상승세는 교역 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3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서 3월 한국의 순상품교역조건지수(87.3)가 전년 동월 대비 6.3% 내렸다고 밝혔다. 수입가격 상승(22.2%)이 수출가격 오름세(14.5%)보다 컸기 때문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수출품이 수입품보다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물량 줄었는데 단가만 오른 수출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도 우려되는 점이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면서 4대 수출 시장(중국·미국·유럽연합·아세안) 중에서 유일하게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에 중국 정부가 상하이를 봉쇄하면서 주요 공장의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망 불안 등의 여파로 세계 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환경”이라고 했다.
무역적자 장기화에 ‘쌍둥이 적자’ 우려
재정수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최근 코로나19 지원 대책 등이 겹치면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정부가 예측한 올해 전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는 70조8000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올해 2월까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기금 수지 제외)도 20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특히 재정적자 확대는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재정적자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이자율이 올라가 기업 자금 조달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소비 및 투자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재정수지가 악화하면 경상수지도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