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또 경신했다. 대내외 경영 환경 악화에도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사업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2분기 이후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해 시장을 지키는 수성전과 경쟁사 시장을 빼앗는 공성전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1분기 매출 19%, 영업이익 50% 증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빼면 영업이익 감소
IT‧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이 통합된 DX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48조70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분기 최대치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S22 출시 효과와 프리미엄 TV‧가전 판매 호조로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이익은 4조5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9500억원 줄었다.
디스플레이(SDC)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7조97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300억원 증가했다. 하만은 매출(2조6700억원)이 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다.
GAA 3나노 양산, 폴더블폰 등 관전 포인트
반도체 부문은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중 양산을 시작하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반의 3나노 제품이 안정적인 수율(정상품 비율)을 보일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모바일 부문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를 비롯해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 판매를 강화해 실적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 출시되는 4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의 흥행 여부도 관심사다.
영상디스플레이‧가전 부문 역시 재택근무 효과 감소와 소비 둔화로 고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TV와 비스포크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우려 과도하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인 1b(5세대, 12~13㎚급) D램 개발을 포기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한진만 부사장은 “1b D램을 건너뛰고 1c(6세대, 11~12㎚급)로 간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양산 과정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하락할 것이란 예측에 대해 김성구 MX사업부 상무는 “갤럭시S22 울트라가 높은 판매를 기록하면서 전체 스마트폰 평균 판매단가(ASP)가 올라갔고, 플래그십 매출이 전 분기 대비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폴더블폰 판매량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호실적에도 주가는 또 신저가 경신
익명을 원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은 악화한 매크로 환경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스스로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기술력과 파운드리 수율 관련 논란에 대해 소명이 부족했고, 판을 바꿀 수 있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