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뜰 아니면 더 벌었을텐데…하나은행은 컨소시엄 남았다
정 회계사는 이날 재판에서 곽 전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을 다수 쏟아냈습니다. 곽 전 의원은 아들 퇴직금 명목의 50억원(세금 등 공제후 실수령액 25억원)을 받은 혐의 등(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을 받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화천대유가 2015년 2월 사업자 공모 당시 하나은행과의 컨소시엄이 무산할 위기를 겪을 때 도움을 준 대가로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 회계사 역시 그 이유에 대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곽 전 의원이) 도와준 대가’라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빠졌다면 화천대유가 금융 주관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을 위기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정 회계사는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유명 브랜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게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상황인데도 구태여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동의했습니다.
전무급 만큼 받아 간 6년차 대리…‘아빠 찬스’ 있었을까?
정 회계사 말에 따르면 화천대유 내에서도 곽씨에게 50억을 지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나 봅니다. 정 회계사는 당시 화천대유 양모 전무는 이를 반대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양 전무는 “절대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 정도(正道)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면서 “곽 전 의원 아들한테 50억 지급하는 부분은 조금 문제가 있는 거 같아 사인을 안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대리로 근무하다 과장으로 퇴직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최종 지급된 돈은 전무인 양씨에게 지급된 금액과 같습니다.
그런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7‧구속기소)씨가 양 전무에게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고 달래듯 말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증언입니다.
곽상도 측 “거짓말”, “카더라 대화” 반발했다
오후 재판에서도 곽 전 의원 측은 “전해전해 들어서 하는 대화나 ‘카더라’ 얘기를 서로 주고받는게 대부분”이라고도 방어했습니다. 앞서 곽 전 의원은 “당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순항하고 있었던 만큼, 하나은행에 잔류를 요청할 이유가 없던 상황”이라며 “김씨의 청탁을 들은 적도 없고,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저도 모르는 채로 진행된 일로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다”고도 했죠. 민정수석 출신인 곽 전 의원은 대구시장 출마가 유력시 됐지만, 이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고 구속됐습니다.
그러자 정 회계사는 아예 직접 들은 얘기를 제시했습니다. 2020년 10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노래방에서라고 합니다. 유동규(53·구속 기소)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가 있는 자리에서 비위를 아는 사람들에 대한 입막음 등 용도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주제로 올리면서 “곽 전 의원이 현역이라서 50억을 드리는건 진짜 문제”, “아이들(곽 전 의원 아들) 통해서 주면 된다”, “막내(곽 전 의원 아들)인데 50억을 어떻게 주지”라는 말들이 오갔다는 것입니다.
‘사업 설계자’ 정영학 “하지도 않은 일로 책임질까 봐 녹음”
김만배씨가 이전 동업자 정재창씨에게 입막음 대가로 건넨 90억원을 자신이 부담했는데 이후에도 자신에게 책임이 전가되는듯해서 녹음하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정 회계사는 “내가 이 사업 대장동 사업에 설계자고 그게 어떻게 보면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까 봐 두려움을 느꼈다”며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몸이 어려웠고, 김만배 회장 주변에 정치인들이나 고위법조인들처럼 높은 분들이 많아서 두려워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다음 주 수요일에도 해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