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제정안을 이달 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한다면,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은 내년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 '피해자' 범위 넓힌다…"행위만으로도 피해자 인정"
이에 따라 스토킹 피해자에게 정부가 법률구조, 주거 지원, 자립 지원 등 정책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스토킹 피해자 지원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으며, 지원 시설은 스토킹 신고 접수와 상담, 보호 및 숙식 제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스토킹 피해자나 신고자의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위해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피해자 등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학 등 취학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불이익 조치를 하거나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 스토킹 현장 조사 시 업무를 방해하는 등 법률을 위반한 경우 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스토킹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가정폭력, 성폭력 지원 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가 스토킹에 수반된 경우가 아니거나, 가정폭력·성폭력이 있더라도 그것이 주요 피해가 아니고 스토킹 피해가 더 큰 경우에는 지원하기가 원활하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스토킹 피해만 있는 경우는 지원에서 빠지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스토킹 상담과 신고 건수는 급증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 일평균 24건이었던 스토킹 신고 건수는 시행 후 일평균 105건으로 늘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법 제정으로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분명히 하여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토킹 행위, 현행법상 5가지 인정…"개념 너무 협소" 비판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에서 말하는 '스토킹'은 현행 스토킹 처벌법의 용어 정의를 그대로 따른다. 스토킹 처벌법 2조 1항에 따르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학교 등에서 기다리고 지켜보는 행위, 전화·우편 등을 이용해 물건 등에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 5가지에 한해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행위는 스토킹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스토킹은 행위자, 피해자, 상황에 따라서 범죄 양상과 수법이 가변적이고 비정형적으로 일어나는 범죄"라면서 "다섯 가지로 한정적으로 열거해 놓은 방식은 스토킹 행위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독일의 경우, 스토킹 행위를 다섯 가지로 규정하되 여섯 번째 항목에 '앞선 항목에 준하는 행위로 피해자에게 공포심·불안감을 주는 행위' 식으로 포괄적 보충적 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처벌법 상 협소한 스토킹 행위 개념을 먼저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부연구위원 역시 "현행 스토킹 처벌법상의 스토킹 정의에 갇혀 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피해자를 보호, 지원하는 법인만큼 범위를 제한하기보다 오히려 지원을 해야 하는 사람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