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56쪽의 중앙선관위 선거관리 혁신위원회 보고서 전문에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선관위의 사전투표 부실 대응의 실상들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특히 보고서엔 ‘플랜B의 부재·위원장 미보고·실기·간과·미비·평균의 오류’와 같이 인재(人災)를 상징하는 단어들도 반복해 등장했다. 선관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71.6%의 직원들이 현재 선관위에 대해 ‘절망적’이라 답했다. ‘중앙선관위를 신뢰하지 않는다’(57.9%)는 답변도 ‘신뢰함’(13.9%)에 4배에 달했다.
왜 특별대책은 일주일 전 마련됐나
재보궐 때와 같이 지자체로부터 확진자 명단을 받아 투표 수요를 파악하고, 그중 문자로 사전 투표 신청을 한 사람만 투표하게 하는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선관위원회의(2월 21일)에 보고했다. 방역 당국엔 확진자 외출을 오후 5시 30분부터 허용해 6시에 일반 유권자 투표가 끝난 뒤 투표를 시키겠단 입장도 전했다.
확진자가 폭증해 새로운 변수들이 돌출했지만, 플랜B는 없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선관위 내부 소식통은 “노 위원장을 포함해 선관위원들도 수동적 보고만 받았을 뿐, 새로운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선관위는 기존 대책에 한해서만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김세환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격리·확진자를 100만명으로 추산해도 기존 관리 방식으론 충분히 가능하다(2월 9일)”는 자신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어긋난 선관위의 ‘안일한 예상’
선관위의 예상과 모든 게 어긋난 것이다. 회신을 받은 중앙선관위는 3일 뒤인 2월 25일 급조된 새 대책을 마련해 지역 선관위에 하달했다. 5시부터 외출허가를 받은 확진자들을 임시 기표소에 도착하는 대로 투표하도록 허용하겠단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아무런 시뮬레이션도 없었다. 혁신위원회는 “2월 8일부터 22일까지 선관위는 요청이 거부당할 것에 대비한 플랜 B를 강구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선관위는 25일 급조된 특별대책을 노 위원장을 포함해 선관위원회의에 보고하지 않았다. 기존 방안과 완전히 다른 대책이었지만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했다.
결과적으로 확진자 투표가 허용된 사전투표 둘째 날(3월 5일) 오후 5시부터 일반 유권자와 확진자가 동시에 몰려들었고, 모두가 아는 것 처럼 대혼란이 벌어졌다. 보고서엔 일주일 전 대책이 하달돼 “임시 기표소엔 배포할 통일된 투표지 운반 바구니를 주문할 시간도 없었다”는 황당한 해명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