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베이징 쇼핑몰 솔라나(藍色江灣) 지하의 고급 마트인 BHC. 이곳을 찾은 고객마다 쇼핑 카트 가득히 계란과 라면, 쌀 등 먹거리를 채우느라 바빴다.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이곳을 일찍 찾았다는 왕(王)씨는 “상하이도 애초에는 봉쇄는 없다고 했다. 베이징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계산대 단말기에는 3000~4000위안(60만~80만원)씩 쇼핑 금액이 찍혔다. ‘상하이 학습효과’다. 상하이에서처럼 봉쇄령이 떨어질 경우 집안에 갇혀 있다 생필품이 떨어질 수 있으니 일단 먹거리부터 챙기려는 시도다.
확진자 숫자가 늘자 베이징 당국은 곧바로 방역 강화 조치에 나섰다. 앞서 지난 24일 격일로 세 차례 핵산 검사 시행을 발표한 양베이베이(楊蓓蓓) 베이징 차오양구 부구청장은 25일 “이날 오후 4시까지 1301개 핵산 검사소에서 총 306만7588명이 검사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가 밀집한 차오양구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 대사관, 외국인 거주지가 밀집해 있는 행정구다. 베이징 동쪽 470.8㎢ 면적(서울시 면적의 78%)에 상주인구만 345만명이 넘는다.
당국은 25일 천안문(天安門) 남쪽의 2환도로 동쪽에서 3환도로 서쪽에 이르는 판자위안(潘家園) 일대 가로 약 3㎞, 세로 2.5㎞ 구역의 이동을 통제했다. 임시 관리ㆍ통제 지역으로 지정된 감염 확산 위험 지역 주민은 필수 사유가 아니면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관리ㆍ통제 구역내 회사는 원칙상 재택근무를 명령했고, 사업장 운영에 필수적인 인원은 외부와 차단된 ‘폐쇄 루프’ 방식으로 생활하도록 했다.
확진 지역 봉쇄에 코로나 전원 검사
시민 “상하이도 봉쇄 없다고 말했다”
당국이 ‘차오양구 전원 코로나 검사’에 돌입하며 검사 현장은 인산인해가 됐다. 이날 오전 시내 주차장 한쪽에 자리한 핵산검사소에는 검사가 시작하는 9시 이전부터 수백 미터 장사진이 쳐졌다.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이다. 열 명씩 신분증을 스캔한 뒤 핵산 검사봉을 수합하는 식으로 검사가 이뤄졌다. 건당 25위안(5000원)인 검사료는 별도로 받지 않았다.
베이징 당국은 또 “물자는 풍부하다”며 사재기 방지와 가격 안정에 주력했다. 베이징 신경보는 이날 “현재 베이징 생활필수품 시장의 물자 공급은 충분하고 거래는 정상”이라며 “많은 신선 식품 전자상거래 플랫폼마다 공급을 확대, 민생 물품의 전체 재고량을 평소보다 1.5~3배로 늘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안심하고만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시민들이 봉쇄 가능성을 우려해 생필품 챙기기에 나선 모습이 이미 나타났기 때문이다.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조차 이날 웨이신(微信ㆍ중국판 카카오 페이지)에 “베이징 친구들에게 너무 당황하지 말라, 사재기도 적당하면 된다고 권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베이징 봉쇄 우려에 중국 주식과 위안화 가치도 급락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이날 5.13% 떨어진 2928.5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3000선이 깨진 것은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위안화도 이날 오후 3시 48분 현재 1.06% 하락한 달러당 6.5950위안을 기록했다.
한편 봉쇄 29일째인 상하이에서는 전날인 24일 하루 동안 사망자가 51명 발생했다. 확진자는 1만9455명(무증상 1만6983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