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널뛰기 구사"
홍 원장은 지난 2월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30년' 학술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국가 안보에서 이쪽, 저쪽으로 널뛰기 외교를 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같은 달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댓글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어리석음이 오히려 (전쟁의) 주요인이고, 그다음 미국과 러시아의 국익을 내세운 위정자들의 정치적 계산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일관된 주장은 전쟁의 원인을 러시아의 불법적 침략이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 가입 등을 통해 서방에 밀착하려 한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오판에서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지난 2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뭇매를 맞고 사과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는 러시아 특유의 '우크라이나 탓하기'와도 닮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도 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회견을 자청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모든 이득을 취하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미, 전쟁 지켜보다 국익 챙겨"
또 먼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은 쪽은 러시아였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지만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러시아ㆍ미국ㆍ영국에게 안전을 보장받기로 하고 핵을 포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1994년 크림반도 합병을 시작으로 이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기고에서 홍 원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취지의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러시아를 향해 "군사적 명성은 크게 손상됐고, 전범국 낙인이 찍혀 국가 이미지가 실추했으며, 최고도의 국제 제재와 에너지 수출 축소 등으로 커다란 경제적·재정적 손실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상당한 이익을 볼 것"이라며 "나토에 대한 영향력 강화, 유럽의 국방비 증액, 군수산업 대호황, 셰일가스 유럽 수출" 등을 근거로 들었다. 러시아의 손실을 예측하면서도 그 반대 급부로 미국은 이익을 챙길 거란 주장이다.
"확장억지 확신 못 해"
이와 관련,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는 현실에서 확장 억제의 신뢰성은 흔들면서, 핵 억지력 확보는 강조하고, 또 난데없이 '한ㆍ미 동맹 강화'를 외치는 건 논리적으로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차기 정부가 확장 억제의 실질적 강화를 주요 외교안보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현 정부의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확장억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홍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꾸준히 한ㆍ미 동맹과 관련해 오해를 일으킬 만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개최 포럼에서 "북한 단거리 미사일 정도는 미국이 묵인할 수 있는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한ㆍ미 연합)훈련 하는데 북한이 하면 안 된다는 건 비상식적"이라거나 "반드시 (한ㆍ미) 연합훈련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