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터뷰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수백만의 구독자를 거느린 이들 인기 코미디 채널을 세상에 내놓은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를 만났다.
“기획사도 MCN도 아닌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는 지난해 7월 1일 설립된 ‘코미디 레이블’이다. 콘텐트 기획·유통·매니지먼트를 한다. 정 대표는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아이템도 그와 함께 만든 아이디어다. ‘매드몬스터’에서는 소속사 사장 ‘대디’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재능 있는 코미디언들을 적극적으로 유튜브로 끌어낸다. ‘피식대학’이라는 작명에도 그의 생각이 들어갔다. 홍대 등에 있는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던 공채 코미디언들에게 “2030을 위한 코미디 유튜브 채널이 없으니 우리가 해 보자. 채널 이름에는 ‘대학’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면서 피식대학이 탄생했다.
‘코미디 레이블’은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사와 비슷하게 광고료 등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맞는 파트너만 만난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방송사 소속 코미디언으로 있을 때보다 몇 배에서 많게는 몇십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프렌즈’만 40번은 봤죠…쌓인 데이터가 직관 만들어”
그는 “편집증 걸린 사람처럼 영상을 보다 보니 코미디언들이 극을 하는 걸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얘 이런 거 하면 잘하겠다’하는 식으로 생각이 연결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코미디가 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까. 정 대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주말이면 무조건 봐야 했던 ‘쓰리랑 부부’, ‘유머일번지’ 같은 콘텐트가 있지 않았냐”며 “최근 5년만 빼면 코미디는 킬러 콘텐트였다. 코미디의 인기는 당연히 회복될 것이고 이미 회복의 중간에 있다”고 했다.
“건축만 있으면 이슬만 먹고 살 수 있어.”
건축회사 탈출 후 ‘걸레짝 버리듯’ 맡겨진 코미디 마케팅
“어, 너 코미디 좋아해? 잘 됐다. 우리 팀에 코미디 좋아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
입사한 그에게 걸레짝 버리듯 코미디 프로그램 마케팅 업무가 주어졌다. 트위터가 주류이던 시절 페이스북에 진출해 보란 듯이 인기를 끌었다. 기업들이 마케팅 강연을 청했다. 그때 맡은 프로그램이 SNL 시즌2였다.
이후 두 번의 이직을 더 했다.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블랙코미디'와 'B의 농담' 등 스탠드업 코미디를 기획했고,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코미디 크리에이터를 육성했다.
그는 “결국 ‘여기는 어떨까? 여기도 아니네’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내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들의 커리어에 집중한 ‘코미디 레이블’을 구상했다. 지난해 6월 말 네 번째 퇴사하고 7월 1일에 법인을 설립했다.
코미디는 ‘까꿍’ 같은 것
그는 ‘메타코미디’의 목표는 코미디가 촌스럽게 인식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코미디로 ‘평천하(平天下)’하는 게 그의 목표다. “코미디가 우리 인생에서 큰 역할을 하는 무언가라는 걸 계속 알려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코미디가 예술이냐고 물으면 묘하게 대답이 오래 걸려요. 당연히 예술이거든요. 너무 쉽잖아요. ‘왜 고민을 하지?’하고 불만이 많았습니다.”
정 대표는 “코미디의 역할은 아기들의 ‘까꿍’ 같은 것”이라며 “나이를 먹어 더는 ‘까꿍’이 웃기지 않은 즈음에 최불암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가 ‘까꿍’의 역할을 한다. 그게 웃기지 않으면 또 다른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