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익숙한 2030, 경험 못한 고물가·고금리 쇼크 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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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악구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한 지 2년째인 장모(30)씨. 코로나19 초기 때와 비교해 요즘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도 걱정은 더 커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1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마진이 크게 줄어서다.  
 
인건비·임대료가 올랐지만 원재료 가격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장씨는 “처음 카페를 시작할 때 3000원이던 계란 한 판 가격이 이제 8000원대다. 밀가루 때문인지 빵값도 너무 올랐고, 채소도 그렇다”고 말했다.
 

14년 만에 물가 상승률 최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30세대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초고물가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했거나 길어야 15년 안팎인 이들은 소비자물가가 해마다 1~2%씩 오르는 저물가에 익숙하다. 지금 코앞에 닥친 연 4%가 넘는 고물가는 ‘미지의 세계’다. 높은 물가엔 당연히 높은 금리가 따라붙는다.
 
2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식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주요 경제전망기관은 물론 한은도 올해 4%대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을 공식화하고 있다. 고유가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연쇄적으로 닥쳤던 2008년(4.7%) 이후 14년 만의 ‘고물가 쇼크’를 예고했다.


한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추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이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 곡창지대의 이상 기후,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수급난, 공급망 교란 같은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다. 석유류와 금속·곡물을 중심으로 한 이번 고물가 위기가 단기간 내에 해소될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격탄을 일찌감치 맞은 유럽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영국·독일·뉴질랜드 등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0년 이후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남 일이 아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대외 변수에 훨씬 취약하다. 지난해 기준 70.1%에 이르는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다른 주요국의 배가 넘는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 통계도 지금의 물가난은 ‘서막’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8.8%, 전월 대비 1.3%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1~3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선행지표다. 내리막을 걷고 있는 원화가치(환율 상승)도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물가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고금리도 위기를 키우는 요소다. 시장금리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장 지표금리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일 기준 연 2.927%로 3%선에 바짝 다가섰다. 1년 전 1.1%에서 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추가 상승은 기정사실이다. 고물가에 놀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나서겠다고 예고했고, 신임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인기는 없더라도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고 못 박았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식·부동산·코인 등 투자처를 잘 찾아서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건 현재 젊은 층에게 움직일 수 없는 신념과도 같은데 그 공식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패닉으로 이어진다. 외환·금융 자유화 직후 개인 신용 개념이 없었던 때 발생한 2003~2004년 카드 사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