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또 한번 진화 중"…XXBLUE가 NFT아트 시장을 키우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2.04.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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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NFT) 덕분에 디지털 아트 시장이 빠르게 대중화 됐고, 예술은 또 한번 진화 중이다."
XXBLUE 유나리 이사의 얘기입니다. XXBLUE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경매사 서울옥션블루가 론칭한 NFT 기반 디지털 아트 플랫폼입니다. 
이 회사는 자신들이 보유한 예술작품 지식재산(IP)을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아티스트와 컬렉터를 연결하는 '팬덤'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간, 국내 미술시장이 오프라인 경매(서울옥션)→온라인 경매(서울옥션블루)→NFT 거래(XXBLUE)로 '진화'해 온 과정과 앞으로의 전망을 유 이사에게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지금 NFT 아트 새로운 판이 열린다” 3화 중 일부입니다.
 

유나리 XXBLUE 이사는 ""블록체인과 NFT 덕에 예술은 또 한번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 최지훈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작품에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알려질수록 많은 사람이 공감해요. 소통하며 끈끈해지는 거죠. 온라인에서 NFT 작품을 산 순간부터 커뮤니티 소속감과 정체성이 부여되고, 팬덤이 만들어집니다.

 

3번의 성장, '미술품 시장 대중화'를 위한 노력

미술품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1차 시장은 예술 작품이 만들어져서 최초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말하죠. 보통 갤러리, 아트페어가 1차 시장으로 볼 수 있어요. 2차 시장은 작가가 아닌 컬렉터간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입니다. 옥션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죠.  
 
1980년대에는 화랑에 방문해 컬렉터가 미술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폐쇄성이 컸어요. 작품을 판매할 때 수집가를 선별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1998년 미술품 시장의 대중화와 새로운 유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경매사 서울옥션이 설립됐습니다.
 
그 이후로 서울옥션은 어떻게 하면 국내 미술 시장을 더 키울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다 젊은 작가에게서 답을 찾기로 했습니다. 능력은 충분한 데 활동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젊은 작가는 물론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려야 미술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2006년 가나아트 재단을 만들고 500여 명의 작가를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장흥에 가나 아틀리에를 만들어 창작 공간인 작업실을 지원하고, 소속 작가 90% 이상이 전시를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작업 활동부터 대중들에게 작품을 알릴 기회까지 모든 과정을 설계한 거죠. 미술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첫 번째 호황기가 찾아옵니다.
 

2006년~2013년 : 신흥부자와 온라인 경매가 키운 미술품 시장

1998년 IMF 이후 신흥 부자가 탄생했고, 수혜를 입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당시 유동성이 풍부하기도 했고, 중국 미술 시장도 커지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황금기를 겪었죠. 갤러리마다 모든 작품이 솔드아웃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미술품 시장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거의 6년 동안 침체기가 이어졌어요. 서울옥션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2012년 '프린트베이커리'를 론칭합니다.
 
한정판 에디션을 디지털 판화로 제작하고 유통하는 회사를 선보였는데요. 빵을 사듯 쉽게 미술품을 구매하길 바라며 프린트베이커리로 이름 지었죠.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의도가 컸고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이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리고자 새로운 BM을 만들어 아트 실험을 시도한 겁니다.

서울옥션이 2012년 론칭한 '프린트 베이커리'. 빵을 사듯 쉽게 미술품을 구매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정판 에디션을 디지털 판화로 제작하고 유통한다. ⓒ 프린트 베이커리 홈페이지

 
그러다 2013년, 국내 온라인 경매가 도입되며 침체했던 미술품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서울옥션도 2014년 온라인 경매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오프라인 갤러리에 직접 가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게 접근성 측면에서 편리하고 일반 컬렉터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구매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미술품 경매 시장의 문턱은 낮아지고 대중들의 심리적 거리감도 줄어든 거죠.
 
해외에서도 소더비가 이베이와 함께 미술품 경매를 웹사이트에 생중계하고 크리스티도 인터넷 전용 경매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드는데 거액을 투자하는 등 온라인 경매 시장이 확대됐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어요. 거리와 시간 제약이 없어지면서 미술품 구매는 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2014년~2019년 : 단색화 열풍, 팝아트로 대중의 주목을 받다

그리고 2014년 세계적으로 단색화 열풍이 시작되면서 미술시장에 두 번째 호황기가 찾아옵니다. 2015년부터 김환기 작가의 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2018년 〈붉은 점화〉가 당시 한국 미술품 역대 최고가인 85억원에 낙찰되면서 큰 이슈가 됐어요. 이례적인 일이라 세계가 주목했고 국내 미술 시장도 다시 커지게 됐죠.

김환기 ‘3-Ⅱ-72 #220’ (캔버스에 유화, 1972년작. [사진 서울옥션]

 
2016년부터는 팝아트로 유명한 카우스(Kaws), 앤디 워홀 작품 등과 같이 비비드한 색감이 미술, 패션업계에 유행했는데요. 자연스럽게 신발 브랜드와 작가의 협업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과 팝아트의 콜라보가 이어지면서 대중들이 더욱 아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어요.
 
단색화는 이해하기 어려운데 팝아트적인 요소는 친숙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캐주얼한 작품을 하는 작가들이 널리 알려지고, 여성작가나 흑인작가도 주목받으면서 미술품 시장에 '다양성'이 키워드로 떠오릅니다.
 

2020년~2022년 : 테크로 꽃 피운 미술품 시장

이때부터 MZ세대가 큰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이 팽창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소비자, 즉 컬렉터 확대가 오랜 숙제였는데요. 20~30대 구매자가 늘고 주요 컬렉터 규모가 커지면서 세 번째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테크가 미술품에 접목되면서 빠르게 정점을 찍은 것 같아요. 2021년에는 그야말로 '작품이 없어 못 파는' 시대를 맞이했죠.
 
특히 NFT와 블록체인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서 미술품이 디지털 아트라는 또 다른 장르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예술 시장이 새로운 꽃을 피우는 시기가 왔음을 체감하고 있어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작품 소유권을 NFT로 인증할 수 있게 되면서 작품의 소유자는 누구고, 미술품의 개인 간 거래 혹은 소유권 이동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시장의 투명성이 보장되니까요. 이러한 NFT로 인해 디지털 아트에 대한 예술 시장의 기존 거래 모델이 재편되고 있어 NFT 열풍이 계속되든 말든 이미 예술계를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자동차 폐타이어의 일부인 1조각을 3D 툴을 활용해 제작한 지용호 작가의 첫 번째 폐타이어 조각 컬렉션. 작품 영상 캡처 ⓒ XXBLUE

 
2021년 서울옥션블루가 두나무와 진행했던 '폐타이어 업사이클링 NFT 에어드롭' 이벤트 사례로 요즘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설명해 드릴게요. 폐타이어 조각가 지용호 작가의 작품 1000개를 NFT로 발행해서 일반 사용자에게 무료 배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불과 3초 만에 마감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용호 작가의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했죠. 준비하면서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내부적으로도 깜짝 놀랐어요.
 

대중은 오랫동안 이 시장이 열리길 기다려왔구나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미술품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는데, 블록체인과 NFT의 등장으로 1년 만에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빠르게 알려진 시대가 온 거죠.
 

"예술은 NFT·블록체인으로 또 한 번 진화할 거예요"

블록체인과 NFT로 순식간에 예술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기 시작했죠.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작가마다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아직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았고, 디지털 아트를 예술의 한 영역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도 모두 다르니까요.
 
과거에는 예술가라는 개념이 없고 모두 기술가로 불렸대요. 예술을 뜻하는 Art의 어원은 라틴어로 'ars'인데, 그리스어로 기술을 뜻하는 'Techne'에서 기원했다고 해요. 예술과 기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다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유화와 오일을 실험하던 사람이 유화물감을 발견하면서 미술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카메라 기술과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대량 인쇄 기법, TV로 작품을 만든 백남준 작가가 등장하면서 예술은 끊임없이 진화해왔어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블록체인과 NFT 기술은 예술과 만나 또 한 번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것을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사진 기술도 200년 전에 발명됐지만 예술가와 대중에게는 1970년대에 받아들여진 것처럼요. 150년 만에 예술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은 거죠.
 

결국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논란을 거듭하면서 예술은 발전하고 진화합니다.  

내친구윌슨 작가의 'Thershold kid'. 영상 캡처 ⓒ XXBLUE

지금 등장한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다만 예술은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정의된다는 시각도 있으니까, NFT 아트를 기점으로 새로운 예술이 소비되고 향유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NFT 시장은 작가들이 더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신진작가가 기존 미술 시장에 진입하는 게 힘들었어요.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기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전시를 해도 알려지기 쉽지 않았죠. 하지만 NFT 시장은 문턱이 훨씬 낮고 기회도 많아요. 어디서든 작품을 보여줄 수 있고 누군가 사면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신진작가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NFT 시장에서 작가가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죠. 원래 미술품 시장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었습니다. 1차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해 판매하면 작가에게 수익금을 주지만 2차 시장에서의 판매는 작가에게 수익이 생기는 구조는 아니었죠.
 
 
그런데 NFT로 거래 데이터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거래할 때마다 창작자들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죠. 예술가도 더는 춥고 배고프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창작자에게 수익을 보장해야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만들고 싶고 유동성도 확보 될 겁니다. 그래야 시장도 안정적으로 커질 수 있고요.
 

2022년 대중이 원하는 예술 : #팬덤 #커뮤니티 #소통

(후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지금 NFT 아트 새로운 판이 열린다” 3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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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돈이 NFT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NFT가 많은 ‘비즈니스 판’을 바꾸고 있죠.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커다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술 시장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암호화폐·메타버스·NFT 등 최신 IT기술 트렌드가 어떻게 다른 비즈니스와 접목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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