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경제는 진짜 전두환 벤치마킹" 이런 말 나오는 결정적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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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0월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를 등용하겠다”는 발언을 하기에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왜 그러느냐? 전문가에게 맡겼기 때문”이라고 했고, 바로 논란이 됐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이튿날 페이스북에 “전두환 독재 시절,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2년 4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정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 전문가이면서 정무 감각을 겸비한 적임자”라고 소개했고, 김대기 내정자는 자신의 인선 배경에 대해 “당선인이 경제 쪽을 아주 중요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내정으로 ‘한덕수 국무총리-추경호 경제부총리-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까지 핵심 경제라인이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전북 지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동 경로상에 위치한 새만금 지역 일대를 살피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실]

 
진용을 갖춘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을 두고 요즘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이 경제만큼은 진짜 전두환 정권을 벤치마킹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국정운영의 방점을 ‘경제 안정’에 둔 것부터, 이를 위해 경제 전문가를 중용해 전권을 주는 것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3월 31일 당 초선 의원 7명과 오찬을 하면서도 “정권 초 물가가 많이 오르면 민심이 이반한다”며 전두환 정권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전두환 정권이 물가는 잘 잡았다.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이 주변의 반대에도 대규모 토목사업을 하지 않아 시중에 돈을 풀지 않으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 고물가·저성장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전두환 정권의 경제 참모였던 김재익 전 경제수석의 힘이 컸다는 게 윤 당선인의 인식이다.


이같은 인식은 새 정부 인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특히 ‘김대기 비서실장 카드’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친박계 좌장인 허태열 전 의원을, 문재인 정부는 ‘586 운동권 세대’인 임종석 전 의원을 첫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특히 초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용인술의 바로미터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전문가 ‘투톱’ 체제로 시작하는 건 함의하는 바가 크다.
 
윤 당선인은 26년 검사 외길을 걷다가 지난해 정치에 입문해 대선 승리를 이뤘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이는 군인이었다가 바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 케이스’와도 닮았다”며 “윤 당선인 역시 경제 실무 경험 등이 없는 까닭에 관련 전문가에게 전권을 주고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광주시 국가 인공지능(AI) 집적단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평소 윤 당선인은 “내각에 전권을 주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포항 영일만 대교 건설 현장을 찾아 현황 브리핑을 들은 뒤 “일이 성사가 안 되면 추경호 장관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것도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전문관료 우대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관료들은 속성상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분야엔 외부인사 영입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선인이 너무 탈정치를 강조하며, 관료 출신만 중용하다 보면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할 수도 있다”며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임기 후반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은 튼튼하다’는 경제 관료의 보고를 철석같이 믿다가 외환위기를 당했다”고 지적했다.